검색결과
-
황해도 굿과 충청 굿의 어우러짐, '이땅의 굿, 운맞이 성주'영화 ‘파묘’의 흥행으로 인해 무속이 재조명을 받고 있는 가운데 도심 한복판에서 굿판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오는 5월 19일 서울 강남구 국가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 민속극장 풍류 무대에 오르는 ‘이땅의 굿, 운맞이 성주’ 공연이다. 2011년부터 시작된 ‘이 땅의 굿’ 시리즈로, 전국의 굿을 발굴해 무대에 올리고 있다. 한국문화재재단은 19일 오후 2시에 서울 강남구 국가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 민속극장 풍류에서 '이 땅의 굿, 운맞이성주' 공연을 연다 집안의 길흉화복을 관장하는 성주신에게 비는 굿인 '성주굿'을 주제로 황해도 '선굿'과 충청도 '앉은굿'이 어우러진다. ’'성주굿’은 집안의 길흉화복을 관장하는 성주신에게 신축하거나 이주한 집의 평안과 재수발원을 비는 굿이다. '선굿’은 말 그대로 서서 진행하고, '앉은 굿'은 앉아서 하는 굿을 의미한다. ‘당대 최고의 무녀로 이름 날렸던 신촌(1922∼1988) 만신의 외손녀이자 국가무형문화재 황해도 평산소놀음굿 전승교육사인 이용녀 만신이 굿판을 벌인다. 충남무형유산 '내포앉은굿' 보유자 조부원 법사는 종이에 그린 그림과 글을 칼로 파서 좋지 않은 기운을 가두는 장치인 '설위설경'(設位說經)의 정수를 보여준다. 공연은 네이버 예약에서 예약할 수 있다. 유료 관람.
-
삶을 예술로 승화시킨 예인들의 삶과 음악국립국악원은 ‘일이관지(一以貫之)-예술로 꿰뚫다’의 올해 첫 번째 무대로 오는 4월 23일~25일 3일간 ‘삶을 예술로 승화시킨 우리의 예인’편을 선보인다. ‘일이관지(一以貫之)-예술로 꿰뚫다’는 하나의 이치로써 모든 것을 꿰뚫는 통찰의 경지를 의미한다. 국립국악원의 ‘일이관지’ 시리즈는 전통예술 장르에서 깊은 경지에 이른 우리 시대 최고의 명인들을 중심으로 기획한 공연이다. 4월 23일(화)은 경기소리의 이춘희 명창과 서도소리의 김광숙 명창이 한 무대에 서서 ‘인생지가(人生之歌)’를 주제로 경‧서도 산타령과 아리랑을 선보인다. 경‧서도를 대표하는 명창들이 한 자리에서 펼치는 이번 무대는 두 지역의 소리가 가진 각각의 매력과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24일(수)은 ‘인생지악(人生之樂)- 땅 끝에서 울리는 염원, 하늘에 닿는 소리, 땅에 전하는 위로’라는 주제로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해남씻김굿 보유자인 이수자 무녀가 무대에 오른다. 해남에서 내려오는 전통무굿인 해남 씻김굿은 죽은 이의 영혼을 저승으로 천도하기 위해 행하는 무속의례이다. 이번 무대에서는 해남 씻김굿 중 비손, 오구굿, 제석굿을 무대 위에서 선보인다. 이수자 무녀의 집안은 남도의 예맥을 잇는 가문으로, 이번 공연을 위해 사촌동생인 이난초(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보유자)명창, 이태백(목원대학교 교수)명인, 그리고 아들인 임현빈(춘향국악대전 명창부 대통령상)이 함께 출연하여 무대를 빛낸다. 25일(목)은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가야금산조 보유자 선영숙 명인의 ‘인생지음(人生之音)- 손끝으로 빚어내는 청심정음(淸心正音)’ 무대가 펼쳐진다. 선영숙 명인은 어린 시절 소아마비에 걸렸음에도 가야금을 통해 신체의 한계를 넘어 맑은 가락과 남도의 깊은 성음으로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펼쳐가고 있다. 특히 이번 무대에서는 가야금 연주 외에도 평소 선영숙 명인이 즐겨 부르는 가곡 ‘우락 ‘바람은’‘과 ‘아쟁과 가야금을 위한 시나위’를 아들 신현식(아쟁)과 함께 재구성하여 특별한 무대를 그려낼 예정이다. 선영숙 명인의 올곧고 깊은 내면을 다양한 음악을 통해 들여다 볼 수 있는 뜻 깊은 자리가 될 것이다. 국립국악원 기획공연 ‘일이관지- 예술로 꿰뚫다’의 ‘삶을 예술로 승화시킨 우리의 예인’편은 오는 4월 23일(화)부터 25일(목)까지 총 3회에 걸쳐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진행한다.
-
영화 ‘파묘’, 길복을 추구하는 풍수영화 ‘파묘’가 해외 133개국 판매소식과 더불어, 해외 영화제 초청까지 연이은 낭보를 전하고 있다. 장재현 감독의 오컬트 영화 '파묘'가 전 세계 133개국 판매 소식과 주요 국가에서의 개봉 소식을 전했다. 배급사 쇼박스가 12일 밝혔다. '파묘'는 지난달 몽골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대만의 극장에 걸렸으며 이달 중순부터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베트남 등지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북미 배급사 웰고USA는 "'파묘'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을 주는 영화"라며 "북미의 오컬트 팬조차 영화가 선사하는 반전에 매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영화에 대해서 무속을 연구하는 샤머니즘박물관 관장 양종승 박사가 편집부로 리뷰를 보내왔다. 미국 인디애나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 한국무속학회 회장을 역임했다.(편집자 주) ‘파묘’ 터를 파혜쳐 길복을 추구하는 희망찬 삶의 설계도 영화 ‘파묘’가 현대인에게 ‘혼 되살림’ 메시지를 던졌다. 망자가 묻힌 터를 파헤쳐 해방을 부르짖는 자유와 희망찬 삶을 갈망하는 혼의 실체를 세상 밖으로 드러내 보인 것이다. 영의 존재를 소재로 한 예술화 작업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영화를 비롯한 연극, 무용, 음악, 미술 등의 여러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다루어져 왔다. 영의 세계에 담긴 신명 그리고 미적 세계관을 탐구하려는 것이다. ‘파묘’는 이에 더하여, 우리가 갈구하는 자유, 그것을 움직이는 혼의 존재를 영의 근거와 논리로 오늘에 되살리고 있다. 과거에는 시도되지 않았고 펼쳐 보인 적도 없었기에 필자는 관심을 가지고 신명을 돋구며 이 글을 쓰게 되었다. 혼(魂)은 넋이다. 육신인 백(魄)과 결합하여 산자로 활동한다. 죽음에 다다르면 두 개체는 분리된다. 땅에 묻히거나 불에 태워지는 육신과는 달리 혼은 자유로운 공간으로 이동하여 또 다른 삶을 영속한다. 후손들은 그 존재를 숭배한다. 그리고 죽은 자와 함께한다. 그것이 혼의 세계이고 죽은 자의 혼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이다. 우리 삶 속에 내가 가진 혼과 죽은 자의 영혼이 함께 한다. 실체가 보이지 않을 뿐이지만 망자 혼은 우리 곁에 머물러 있으며 우리에게 과거 흔적을 전해 주면서 옛 기억을 되살리는 보고로 역할한다. 영화 ‘파묘’에서는 조상의 영혼을 간직한 자손들이 다음 세대를 위한 바른 기풍 세우기에 애쓴다. 그 영혼의 주인공이 애국자이든 매국노이든 오늘을 사는 나. 그리고 나를 둘러싼 공동체는 바른 기풍 세우기에 애쓴다. 천지의 원기로써 그리고 민족문화의 근원적 기운으로써 우리네 정체성을 유지하는 기둥, 그 혼의 실체를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민족 정기는 우리가 오랫동안 믿어 온 무속에 깊게 담겨 있다. 고뇌를 해소하고 윤택한 삶을 열망하는 신앙으로 자리매김한 그것이다. 그것은 우리 신념 그 자체로 존립한다. 그것이 영화 ‘파묘’ 중심에 놓여있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가히 종교박물관이라고 해도 넘치는 많은 신앙 구성집단체가 있다. 그들 중, 오랫동안 깊이 있게 한국인의 정서와 신명을 다스려 온 것이 무속이다. 무속의 힘은 강하다. 영적 존재의 힘을 빌려 죽은 망자를 좋은 곳으로 인도하고 산자의 현세적 길복을 추구한다. 신을 지핀 무녀는 무궁무진한 초자연적 힘을 발휘하여 고달픈 중생의 삶을 치유한다. 영화 ‘파묘’에서와 같이 접신이 된 무녀는 시공을 초월하여 수많은 일을 감지하고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을 마련한다. 무속은 이러함에도 외래 종교에 수없이 짓밟혀 왔다. 19세기 말, 서양 선교사가 한국 땅에 자신들의 종교를 전파할 때도 가장 먼저 무속신앙 파악이 이루어졌다. 일제강점기에는 신사를 건립하고 이곳에 아마테라스 오미카미(天照大御神)와 메이지 천황(明治天皇)을 제신으로 모셔 두고 무속을 짓밟았다. 새로운 신앙공동체를 펼치기 위해 무속에 미개의 상징인 '미신'이라는 허울을 덧씌워 압박한 것이다. 믿음이 전제되어야 존속될 수 있는 지극히 정신적이고 심리적인 신앙체계 종교지만 문화 현상 일부라고 깎아내렸다. 비문명이라는 멍에를 씌워 서구 중심의 지배 담론을 명문화한 것이다. 그들만의 시각으로 오리엔탈리즘이라는 허구 논리를 개념화하여 우리의 분노를 자극하였다. 끝없는 고난 속에서의 무속이 2024년 영화 ‘파묘’에서 되살아난 것이다. 과학과 합리성이 중시되는 현대사회에서도 우리 삶 속에 당당하게 살아 숨 쉬는 것이 무속이기 때문이다. 히말라야산맥의 정기를 받는 네팔 샤먼은 자신의 영혼을 밖으로 꺼내어 신의 세계로 다가간다. 그리고 접신하여 영적 존재의 힘을 얻는다. 문제 해결을 위한 수습책이 마련되면 귀환한다. 백두산 정기를 이어받는 한국 무당은 자신의 몸 안으로 신을 끌어들인다. 신이 지피면 영적 존재와 소통하고 삶의 제반 문제를 풀어낸다. 텡그리 신앙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몽골 샤머니즘 보우(buu)도 상황은 같다. 이들은 하나같이 눈으로 보이는 아픔과 슬픔을 치유하는 조력자들이다. 인류의 행복한 삶과 수명장수를 모색하기 위해 자신들이 짊어진 사명을 묵묵히 수행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좋지 못한 재액을 특정 사물에 옮기게 하거나 동물을 타살하여 인간 생명을 연장하는 대수대명(代數代命)을 치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피나는 고난과 어려운 역경을 감내하며 오로지 영의 힘으로 지하와 천상을 오가며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그들이다. 그래서 인간이 신을 조종하고 신은 인간의 삶에 개입하는 일상 논리를 영화 ‘파묘’로 그려낸 까닭이기도 하다. 그러하지만 현대사회는 이와같은 영적 존재와 그를 따르는 신들린 자에게 인색하다 못해 색안경을 끼고서 부정적 편견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다급한 일이 닥치면 영의 힘을 바란다. 이율배반적 종교 심성이다. 무속신앙 섬김 대상은 귀신(鬼神)이다. 선신이든 악신이든, 토속신이든 외래신이든 초자연적 힘을 가진 음(陰)과 양(陽)의 존재가 결합하여 존재하는 그것이다. 이는 한국인의 정신세계를 다스려 온 초인간적이고 초자연적 능력을 발휘하는 실재이다. 정령(精靈)으로 묘사되기도 하는 그 존재는 산 자를 향해 "내 말 좀 들어주오”, "내 말을 잊지 말아다오”, "내가 당신의 말을 들어 주겠소”라고 하며 무언가를 요구하고 또한 힘을 주기도 한다. 그러한 사례가 영화 ‘파묘’를 통해 누누이 감지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참되고 성실한 마음과 자세로부터 비롯된 인간의 ‘정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우리에게 희망찬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서다. 예나 지금이나 인류의 삶은 자연과 더불어 이어간다. 자연은 산, 강, 바다, 식물, 동물 등 저절로 생겨난 만물 그 자체이다. 그리고 자연은 지리적이고 지질적인 환경에 따라 우리를 보호하고 또한 해치기도 한다. 그것이 풍수(風水)이다. 우주 만물을 설명하는 금(金), 수(水), 목(木), 화(火), 토(土)의 오행(五行)이 있다. 여기에 음과 양의 기운이 합치되어 만물 생성과 소멸을 따지는 논리가 성립된다. 이 조합이 곧 음양오행이다. 풍수는 무속과 접목돼 땅 이치를 주재하는 지관(地官)의 신격으로 역할 한다. 그러니 무속과 풍수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영화 ‘파묘’에서 땅을 파고 음터를 잡는 것, 그 이치를 파악하는 것 모두가 영의 힘에 의한 혼의 놀음이다. 우리는 과거에도 그랬듯이, 과학화된 오늘날에도 초자연적 힘을 받으며 삶을 영위한다. 실생활 구조가 이러한데도, 현대인은 두려움과 죄악에서 벗어나기 위해 현대 종교 집단이 내세운 구원신앙에 치우쳐 있다.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현세적 길복을 추구하는 무속과는 차원이 매우 다르다. 앞서 말했듯이, 무속은 정성의 신앙이다. 궁극적으로 영적 존재를 기쁘게 하는 종교이다. 그 중심에 제물과 금전이 있다. 현상의 근본적 원인으로 합리화되는 물질만능주의가 무속과 풍수 속에 담겨져 있는 이유이다. 조상을 기억하는 것도 땅을 건드리는 것도 모두가 정성으로 대하지 않거나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죄악이고 도덕과 윤리를 침해하는 신앙적 범죄이다. 초자연적 존재를 대하든 특정 물체를 다루던 나 보다 일찍 삶을 영위하다 먼저 간 조상의 영혼을 숭배하든, 그들을 위하고 신봉하는 모든 행위에는 절차와 규범이 따른다. 그것을 한국무속과 풍수에서 매우 중시한다. 그 면면을 영화 ‘파묘’가 예술로 각색하여 보여주고 있다. 위의 서설을 중점에 두고 제작된 영화 ‘파묘’는 우리에게 아래와 같은 메시지를 던진다. 부모 나 그리고 자식으로 연대 해온 혈연 속의 공동체 힘, 전통 끈을 이어 온 정신세계의 혼, 민족의 역사를 끊임없이 엮어 온 혼돈과 질서가 그것들이다. 세 개 물음을 ‘정성’으로 묶어 영화화한 것이 ‘파묘’이다. 여기에는 민족이 걸어온 고난의 역경, 그 속에 담긴 개개인의 애국적 마음가짐도 깊숙하게 자리하고 있다. 아무리 외래문화와 그에 따른 종교가 범람하는 오늘날의 사회일지라도 이 땅에는 수만 년 수천 년 세월을 지내며 한민족 정신세계를 지배하여 온 것이 있다. 그것이 영이다. 죽은 자의 영혼과 산자의 혼, 그것이 무속신앙과 풍수 사상에 묶여있다. 만질 수도 냄새를 맡을 수도 없지만, 우리 삶 속에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세월이 바뀌고 환경이 변화여도 깨뜨릴 수도 짓밟을 수도 없는 필수불가결의 실체인 것이다. 사회로부터 따돌림받으며 왜곡되고 폄하되어 온 무형의 존재지만 관련된 규율과 규칙을 어기면 가차 없이 신이 내리는 벌의 대가를 치른다. 그것이 신벌이고 동티이다. 기쁨과 즐거움을 부르짖고 슬픔과 애통함을 보듬어 온 무속신앙과 풍수 사상이 장재현 감독의 혜안으로 세상에 나온 까닭이기도 하다. 음양오행(陰陽五行), 이름 없는 묘(墓), 혼령(魂靈), 동티(動土), 도깨비불, 쇠말뚝(鐵針)의 간판을 걸고 창살 없는 감옥에서 뛰어나 온 한국인의 선언서, 영혼과 혼의 울부짖음 그것이 영화 ‘파묘’인 것이다. 한국 역사와 문화 속에서 무속과 풍수는 신앙이든 예술이든 그 어떠한 것이든 한국인의 정신과 육체를 다스려 왔다. 그것은 과거나 현재에도 노닐고 있다. 신명을 일깨우는 영원불멸한 자유로운 모습으로 말이다. 그것은 또한 세상사의 모든 슬픔과 고통 소멸법을 우리의 재간에 담아 넣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힘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인간은 주어진 운명에만 따르는 무기력한 개체가 아니라 상황 전환을 통해 언제든지 윤택함으로 거듭날 수 있는 미래 지향적 존재임을 일깨운다. ※ 외부인사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LA 한국문화원, 안재훈 감독 영화 상영회 개최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연필로 명상하기’는 LA 한국문화원에서 ‘한국 단편문학 애니메이션 시리즈: 안재훈 감독 영화 상영회’가 3월에서 5월에 걸쳐 총 네 차례 개최된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상영회에서는 3월 6일(수) 저녁 7시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수상작 ‘무녀도’를 시작으로 3월 27일(수) ‘소나기’, 4월 17일(수) ‘메밀꽃’·‘운수 좋은 날’·‘봄봄’, 마지막으로 5월 8일(수) ‘소중한 날의 꿈’까지 안 감독의 작품을 3개월에 걸쳐 상영된다. 특히 ‘무녀도’가 상영되는 3월 6일은 행사 개막을 기념해 안재훈 감독과의 대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안 감독, 그리고 한국 고유의 빛깔을 만나볼 수 있는 이번 상영회는 LA 현지인 등을 대상으로 무료 개최될 예정이며, LA 한국문화원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을 신청할 수 있다. 이번 상영회로 작품을 선보이는 안재훈 감독은 1992년 애니메이터로서 활동을 시작해 ‘히치콕의 어떤 하루(1998)’로 감독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뽀롱뽀롱 뽀로로’의 콘티 연출을 맡고 ‘모험왕 장보고’ 등 아동용 어린이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하는 가운데 감독작 ‘순수한 기쁨’을 연이어 공개했으며, ‘관&운’과 ‘그랜드 체이스’ 등 게임과 뮤직비디오의 장르를 넘나들며 활발한 제작을 이어왔다. 안재훈 감독은 당시 국내외 신드롬을 일으켰던 드라마 ‘겨울연가’의 TV 시리즈 애니메이션화와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OVA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며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2011년에는 안재훈 감독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이자 시대 3부작 중 ‘과거’에 해당하는 작품 ‘소중한 날의 꿈’을 개봉했다. 연이어 한국단편문학 프로젝트로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2014), ‘소나기’(2017), ‘무녀도’(2021)를 개봉했다. 안 감독은 차기작으로 시대 3부작의 ‘현재’인 ‘살아오름: 천년의 동행’과 구병모 작가의 원작 ‘아가미’ 제작을 진행 중이다. 정상원 LA 한국문화원 원장은 "한국 단편 문학 소설을 기반으로 제작된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 시리즈를 미 현지 관객과 교민, 그리고 자라나는 한인 청소년들에게 소개할 수 있어서 의미가 남다르다”며 "해외에서도 저력을 인정받고 있는 감독의 한국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통해 한국 고유의 정서와 전통문화 속 아름다운 색채를 느껴보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최다 학생 수를 자랑하는 명문 캘리포니아주립대학에서도 ‘한국을 담은 애니메이션과 안재훈 감독(Korea animation with Director Jae-Huun Ahn)’ 상영회가 개최된다. 이번 상영회는 안재훈 감독의 극장용 애니메이션 네 편에 더해 모든 상영회에서 감독과의 대화를 진행한다. ‘한국을 담은 애니메이션과 안재훈 감독’ 상영회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샌버나디노 예술 및 문학 대학(College of Arts and Letters at California State University, San Bernardino) 주관·주최로 3월 5일(화)부터 8일(금)까지 나흘 간 진행된다.
-
사할린 동포와 함께한 '향두계놀이', 그리고 유지숙과 박애리 명창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주최하고 향두계놀이보존회(이사장 오현승)가 주관하는 서도소리극 '향두계놀이'가 2일 경기도 양주문화예술회관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평안남도 무형문화재 ‘향두계놀이’는 북한 평안도에서 전해지는 두레정신을 담긴 마을공동체 결속을 다지는 전통놀이 연희극으로 서도소리와 평안도 지역 고유한 대동놀이를 대표하는 민속놀이다. 1966년 전국민속놀이대회에 나가면서 민속예술성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특히 이날은 향두계놀이보존회는 경기도 양주시와 파주시에 정주하고 있는 사할린동포 100여 명을 초대한 특별한 공연이었다. 갑자기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양주 율정마을 시민들이 1층 객석이 꽉 채웠다. 마을의 안녕과 풍작을 기원하는 마을제 길놀이, 북청사자놀음, 고유제 무대가 오르기 전 농악대가 객석 뒤에서부터 좌우로 갈라져서 '지신밟기'를 펼치는 길놀이를 보여주었다. 이 나라 이 땅을 지키는 동서남북 신에게 공연의 시작을 알리고 안전과 태평을 기원드리는 마당굿을 올렸다. 꽹가리, 징, 장구, 북소리가 높이높이 메아리쳤다. 이어서 눈처럼 하연 사자탈을 쓴 연희자들이 나타나서 북청사자놀음이 시작되면서, 곧이어 꼭두쇠의 익살과 재담으로 '향두계놀이'의 시작을 알렸다. 400여 명의 청중은 꼭두쇠가 가르쳐 준 추임새 학습을 받고 '잘한다' 하며 맛깔스런 재담에 우뢰같은 박수를 보냈다. 이어서 본 무대가 시작되었다. 무대와 객석의 조명이 일제히 꺼지고 잠시후 무대 왼쪽에 조명이 차차 밝아졌다. 유지숙 보유자가 나타나서 무릎을 꿇고 마을을 지키는 당목 아래에서 정화수를 바친다. 두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우고 천지신명에게 고하는 고축(고유제)를 올렸다. 무녀로 분해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 악귀와 잡신을 물리치고 마을의 안강과 풍작 및 가정의 다복을 축원하는 신앙적 의례를 재현했다. "일년은 열두달 삼백은 예순날/ 황도 길일 좋은날 잡아서/ 오늘 열손 모아 비나이다" 서도소리의 백미, 수심가, 긴아리, 자진아리 서도소리는 주로 황해도와 평안도(서도 지방)에서 전승되던 노래를 말한다. 민요·선소리·잡가 등을 포함한다. 널리 알려진 민요로는 평안도의 ‘수심가’ ‘긴아리’ ‘자진아리’, 황해도의 ‘자진염불’ ‘긴난봉가’ ‘자진난봉가’ ‘몽금포타령’ 등이 있다. 얇게 떠는 목을 구사하면서 콧소리가 특징이다. 긴아리는 빠른 한배의 '자진아리'와 짝으로 불린다. 현재 서도소리 보유자로 지정된 김광숙과 이춘목 명인, 전승교육사 유지숙이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수심가'는 남도민요의 대표적 '육자배기' 와 쌍벽을 이루는 민요이다. 그만큼 우리 민족이 아리랑만큼 사랑하고 애창하던 구전민요이다. 그래서 서도소리의 백미라고 불린다. 유지숙 명창의 수심가는 한번 들으면 다시 한번 더 듣고 싶어진다. 애절함이 극치에 달하면서 치유가 되는 '노래의 힘'이 느껴진다. 공연이 끝나고 나가면서 사할린 동포들이 이 곡의 제목을 물어보았다. 명곡은 시대를 넘나들고 공간을 초월한다. 일제감점기 음반과 방송을 통해 전국 랭킹 1위 유행가가 바로 수심가이다. 1926년 영화주제가 '아리랑'이 나오기 전까지 민중이 애창한 민요이었다. 인생 일장춘몽(一場春夢)이요/ 세상 공명(功名) 꿈밖이로구나 생각을 하니, 세월이 가는 것/동달아 나 어이 할거나(수심가) 향두계놀이보존회의 각 지역 지부장과 경·서도소리로 활동하는 이들이 모여 서도소리극을 올렸다. 풍물 반주는 꽹과리(1)·징(1)·장구(2)·북(1)으로 구성된다. 향두계놀이 전 과장은 마당 준비과정, 입장, 도리깨질소리. 모심기 준비 과정, 모찌기 및 모심기, 논두렁 밟기, 초벌 논매기, 새참 가래질 소리 및 연기 피우기, 만벌(세벌) 논매기,풍년 기원 두레놀이 12과장이다. 제1장 '씨앗 뿌리기'과장에서 '긴아리'에 이어 '자진아리'가 불려진다. 야 조개는 잡아서 저절 절이구/ 가는 님 잡아서 정들이잔다(긴아리) 아이고 아이고 성화로구나(후렴) 요놈의 종자야 네 올 줄 알고 썩은/ 새끼로 문 걸고 잤구나 일하든 오금에 잠이나 자갔디 /재넘어 털털 뭘하래 왔음나 울넘어 밖에서 꼴베는 총각아/ 눈치나 있거든 이떡을 받아라(자진아리) 제4장 모내기하는 일꾼들이 새참과 막걸리로 지친 몸을 쉬면서 향두계놀이를 시작한다. 서도소리 ‘청춘가, 개성난봉가, 양산도, 개타령 등이 불린다. 박연폭포 흘러가는 물은/ 범사정으로 감돌아 든다 에 에헤야 에헹에루화 좋구 좋다/ 어럼마 디여라 내 사랑아(후렴) 월백설백 천지백하니 산심/ 야심이 객수심이로다(개성난봉가) 전 회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면서 서도소리가 담긴 '향두계놀이'를 신명과 흥으로 표출시켰다. 특히나 어린 학생들이 신명나는 춤사위와 함께 빠르게 내지르는 청아하고 맑은 서도소리는 잠시나마 궂은 세상살이를 잊게했다. 국악인 박애리의 빛나는 진행 국악인이면서 방송인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박애리 명창의 맛깔스런 평안도 사투리로 진행하는 역활이 참으로 중요하다고 느껴지는 공연이었다. 아직 전 국민 대상으로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한 국악은 관객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는 제한적 접근성이 문제인데, 박애리는 이러한 난관을 해결할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국악 장르는 갈래가 복잡하고 곡명이나 작품을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기는 쉽지않다. 해설하는 내용이 명확해야 전달력이 높아진다. 빛나는 진행 솜씨로 향두계놀이 공연을 매끄럽게 마무리했다. 정확한 발음과 발성으로 청중을 집중시켜서 다음 나오는 작품의 진가를 높여주었다. 타고난 말솜씨가 재담가 수준이어서, 시원시원한 평안도 사투리 실력은 관중들의 집중력을 배로 증가시켰다. 즉흥적 대응과 교감이 느껴졌다. 그만큼 철저한 준비를 해 온 성의가 빛을 발했다. 맨 뒷자석 관중들은 아예 일어서서 기립박수를 보냈다. 국악인이면서 문화매개자의 역활을 톡톡히 보여 주었다. 특히 무대에서 내려와서 한바퀴를 돌면서 가슴을 울리는 목소리로 "오늘 아주 특별한 손님을 모셨습네다. 객석 불을 밝혀주시라우요. 안녕하십니가요. 사할린에서 오신 동포 어르신들 어디에 계시나요. 손을 들어보시라우요. 우리 어마니 아바지." 하고 사할린 동포들을 찾아가서 눈을 마추치고 악수를 하고, 머리를 맞대고 인사를 드려서 폭풍 박수를 받았다. 방송인 박애리 명창은 이미 사할린 동포들에게도 트롯트 가수들(?)의 인기를 넘나드는 스타라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어느 무대에서도 소통이 가능한 전무후무한 국악전문 진행자이면서 차세대 국악을 보증하는 스타이다. 오늘 무대는 성공적이다. 이미 꽉찬 관중석의 뜨거운 박수와 무대에 꽂쳐버린 눈길이 말해준다. 오늘 박애리 명창이 역시 기대 이상으로 단단히 한 몫을 하고도 남았다. Q.유지숙 회장님 '향두계놀이' 전국 순회공연을 하시면서, 지금은 북한에서 잊혀진 북녁의 '서도소리'를 극으로 만들어서 알리고 계시는데, 많은 보람이 있으시죠. A. 오늘이 마지막 공연이라는 무대라고 생각하고 우리 모두 열심히 불렀습니다. 특히 오늘은 더욱 뜻깊은 공연이었습니다. 사할린 동포들이 70년 만에 귀국해서 한국에서 사신지가 15년이나 된다는 것은 최근에 알게 되었습니다. 북쪽에 본관을 두신 실향민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 순회공연 하는 지역과 연계해서 사할린 동포들을 모시고 싶습니다. 다음 강화도 공연에는 인천에 사시는 동포들을 모시고 싶어요. 유지숙 명인은 2018년 광복절 사할린강제징용 80주년 남·북·러 합동공연을 위해 국립국악원과 국립남도국악원 연희자와 함께 남한 국악인을 대표해서 사할린 무대에 섰다. 당시 필자도 사할린주한인협회 초청을 받고 참석하였는데. 공연을 시작하기도 전, 무대 뒤에서 유지숙 명인을 만나서 "오늘 아리랑을 부르시나요" 하고 물으니, 첫 곡 선정 변경에 대해 걱정하는 소리를 들었다. 갑자기 아리랑메들리에서 북한지역 민요 '서도소리'로 변경되었다는 것이다. 러시아 음악은 빠른데 서도소리 중 무슨 곡을 불러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당시 2시간 동안 진행된 공연을 통해 러시아 동포들이 좋아하는 장르의 노래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 오늘 공연의 진객, 사할린동포들은 러시아에서 태어나서 성장해서 차이코프스키 음악과 발레를 보고 자란 세대이다. 주말이 되어 공연을 보러가는 날에는 넥타이를 메고 붉은 장미꽃 한송이를 들고 가는 것이 일상이다. 주로 1941년에서 1945년 사이 출생한 사할린1세(법적)이다. 빠른 음악과 스텝에 익숙한 청중으로 살아오다가 15년 전에 한국에 귀국한 사람들이다. 전통국악보다는 트롯트에 익숙한 청중이다. 그래서 조심스레 질문을 던졌다. Q.권경석 회장님, 오늘 북녁 사람들이 애창했던 서도소리극 '향두계놀이' 어떻게 감상하셨나요 A. 태어나서 서도소리는 오늘 처음 들었습니다. 청아하고 맑은 소리가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예술성이 너무나 뛰어난 민족입니다. 이렇게 작은 땅에 살면서 북쪽과 남쪽의 소리가 이렇게 다르다니, 전 세계를 매혹시키는 한국 가수들의 뿌리는 바로 전통의 소리에서 나왔다는 게 실감납니다. 유지숙 명인이 부르는 서도소리는 북녁 사람들의 심장 소리라고 하면 표현이 될까요. 누가 들어도 유지숙 명창의 소리는 하늘이 낸 소리입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전통민요라는 것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잊혀져가는 전통의 소리를 남한에서 보존하고 계승하고 있는 것이 다행입니다. 오늘 품격 높은 공연을 선사한 향두계놀이보존회 회원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특히 오늘 박애리 명창이 사할린 동포들을 무대에서 소개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잊지못할 공연이 될 것 같습니다. 권회장은 사할린에 태어나서 북한에 유학을 가서 3년간 공부를 하고 모스크바에서 살다가 한국에 영주귀국했다. 대부분 사할린 동포들은 러시아에서 평생 유럽음악을 접하고 온 분들이다. 아마도 우리 전통민요는 다소 생소한 장르이지만 오늘 무대에서 'K-한류'의 원천을 맛보고 가셨으리라고 본다. 공연장을 나오면서 내내 오늘 공연을 통해 우리 전통 소리는 너무나 아름다운 소리라고 한다. 러시아에서 태어났지만 오늘 공연이 사하린1세 가슴에 잠재되어있는 한민족 밑바닥에 깔린 심성을 건드렸나보다. 우리 민족의 높은 예술성을 실감하고 가슴에 담아갔다고 본다. 전날 전 출연자가 하루종일 리허설을 하면서 이 무대 동선을 익히고 조명 및 음향이 맞아 떨어져서 공연의 완결성을 이끌었다고 본다. Q. 최나타샤(사할린아리랑합창단장) 회장님, 오늘 공연에서 어떤 노래가 가장 가슴에 남나요. A. 작곡가인 남편하고 같이 못와서 아깝네요. '수심가'라는 노래가 가슴을 울립니다. 슬프고도 아름답다고 할까요. 집에 돌아가서 유지숙 명창의 서도소리 공연 동영상을 찾아서 남편과 같이 보고 나니 "우리나라 젊은이들 노래 잘하는 세계적 스타가 앞으로 계속 나오고 있다. 재주있는 민족이다라"고 합디다. 그리고 아침방송에 나오는 박애리 명창이 평안도 사투리 말도 또박또박 잘하고 설명을 잘해주어서 우리가 이해가 잘 되었습니다. 노래도 잘하고, 역시 최고입니다. 박애리!! 만나고 싶은 스타이었는데, 다음에는 꼭 사진 한장 남기고 싶어요. 우리 부모님은 북한땅에서 살다가 사할린에 이주하여 살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오늘 북한 노래를 들으니 평생 고향에도 못가보고 사할린에 묻히신 부모님과의 추억도 떠오릅니다. 늘 흥얼흥얼거리며 부른 노래가 바로 북한 전통민요였다는 것도 오늘 알게 되었습니다. 내년에도 우리는 이 공연을 기다리겠습니다. 유지숙 회장님. 귀한 공연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나타샤 단장은 러시아 극동 최고 도시 하바롭스크한인협회에서 부회장을 30년 하다가 14년 전에 양주시에 영주귀국하여 부회장을 계속 맡고 있다. 남편은 사할린 동포 중 유일한 작곡가이다. 현재 사할린아리랑보존회장을 맡고 있다. 하바롭스크와 한국과의 문화행사에서 동시통역을 맡고 있다. Q. 사할린한국교육원 이병일 원장님, 오늘도 주말에 먼길 시간내서, 늘 사할린 동포들과 함께 해주시네요. A. 사할린 동포들 이제는 연로하시고 많이 힘드십니다. 어제 소식을 듣고 달려왔습니다. 얼굴이나마 뵈려고요. 영주귀국하신지 15년이 넘네요. 재임기간 3년을 마치고 올해 초 귀국해서 경기도 지역 행사는 거의 다 좇아다녔습니다. 그리고 올해 에트노스학교가 국립남도국악원 재외동포 연수교육에서 '진도북춤'을 한달동안 수업을 받을 때 잠깐 만났습니다. 그렇게나마 사할린 동포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조금씩 동포들의 삶과 애환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오늘 공연을 사할린 청소년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올해에도 연수교육을 받게되어 진도에 오게되면....... 저도 오늘 서도소리는 처음 들어봅니다. 감동입니다. 이 공연에 대해서 소개할 때, 사할린 동포들이 소리극이란 무엇이냐고 물어왔다. 쉽게 설명하면 서양의 오페라 같은 거라고 답을 했다. 어떤 주인공이 나오고 주제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는데 제대로 답을 못했다. 서도소리극 장르는 소리극으로써, 토속민요인 서도소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극이다. 오늘 작품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극적인 요소가 미약하다는 점이다. 각 과정마다 극 중 인물이 구현하려는 곡명과 사설의 내용 전달과 함께 등장인물들의 대화 형식이 이루어져야 한다. 주고 받는 대사(또는 노래)가 들어가야 한다. 특히 극의 주요 요소인 등장인물의 갈등구조 없이 대단원으로 막이 내려졌다. 즉 스토리텔링 작업이 잡히지 못해서 아쉬웠다. 일제강점기라는 모티브를 넣는다면 당시 최고 유행가 '수심가'도 강조할 수 있고, 당시 유성기 음반 출연과 방송을 통해 유행된 신민요나 유행가를 아코디언이나 바이올린 연주와 함께 한 두곡 곁들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오늘은 트롯트와 댄스곡만 보여주었지만, 극적 전환일때는 의상도 바꿔입어야 한다. 2부에서 극의 흐름을 이끄는 주인공 역활을 하는 향두어른이 나와서 트롯트를 부르는 대목에서는, 장날 마누라 몰래 넥타이를 메고 양복을 걸치고 읍에 나가서 유행가를 불렀으면 극의 흐름이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2부 첫막에서 향두어른이 1부에서 입었던 의상과 상투를 틀고 나와서 독창으로 트롯트를 불러서 적지않게 당황했다. 이 노래를 왜 부르는지 주고 받는 대사 또는 해설자의 명확한 설명이 있었으면 기대 이상의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변사가 나와서 설명을 해주어도 극의 흐름이 생생하게 살았을 것이다. 관객 입장에서는 누구나 보는 내내 욕심을 내게 마련이다. 그만큼 이 작품은 성공요인을 두루 갖추었기 때문이다. 일단 일반적인 다른 문화재 전승 구성원보다 인적 구성이 아주 젊은 국악인들이 주류를 이룬다. 10살 전후부터 시작한 많은 제자들이 이제 40대 전후가 되어간다. 특히 본부가 젊은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에 있고 전국에 있는 각 지부에서 재능있는 인적 동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로지 작품의 컬리티를 위한 공연연습 외 업무는 단단한 기획사가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 더 부치면 무형문화유산의 학술적 국면과 공연 작품은 이원화 해야한다. 관객을 위해서 만든 작품은 진화해햐 한다. 시대의 코드에 맞게, 다음 세대를 이끌어가는 MZ시대가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파악해야 한다. 생산자가 있으면 수용자가 있어야 지속적 계승이 이루어진다. 행사를 마치고 로비에서 권경석 회장과 유지숙 회장이 만나서 인사를 나누면서 앞으로 전국 순회공연에 전국 사할린 동포 어른들을 초청해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권경석 회장은 이번 행사에 전석 초대와 함께 파주와 양주에 이동할 수 있는 버스도 보내주셔서 추운 날씨에 편하게 올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최나타샤 사할린아리랑합창단장은 유지숙 회장과 박애리 명창에게 러시아 초코렛을 선물로 전했다. 지난해부터 사할린 동포 위문공연에 앞장 서고 있는 동두천아리랑보존회 유은서 회장과 회원들도 사할린 동포들과 인사를 나누고 기념사진을 찍고 돌아갔다. 이어 유지숙 회장과 전 회원들이 동포들을 위해 준비한 따끈한 떡과 귤 상자 선물을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실어 보냈다. 전 사할린한국교육원 이병일 원장은 동포들과 뜨거운 포옹을 하고 배웅을 했다. 오랜만에 양주와 파주에 사는 동포들이 만나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아쉬움을 남기고 버스는 파주를 향해 떠났다. 조금 이른 크리스마스 인사를 나누고, 메리 크리스마스!!
-
20일 동두천 “각양각색” 국악한마당 펼쳐진다동두천시 주최 한국국악협회 동두천지부(지부장:김경수) 주관으로 20일 오후 6시 30분 동두천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 매년 주최하는 2023 동두천 국악한마당이 '각양각색'주제로 펼쳐진다. 1부에서는 동두천국악협회 4개 분과 가야금병창분과, 민요분과 ,무용분과, 농악분과에서 국악의 향연을 선사한다. 2부에서는 경기도 무형문화재 '광명농악' 보유자 임웅수 등 명인들의 공연이 이루어진다. 첫 무대는 가야금병창분과(정귀임,김학영,민순이,유정화,이경희,전연옥)에서 함양양장가, 내고향의 봄으로 막을 올린다. '함양양잠가'는 원래는 경상도 함양 지방의 민요로 부르는 곡이다. 이 곡을 박귀희가 편곡하여 하여 가야금병창으로 연주한다. '내고향의 봄」임일남 작사, 박귀희 작곡의 가야금병창 신민요이다. 두번째는 .민요분과(차경순,나영순,노진옥,심정옥,이지민)에서 양산도,오돌독,경복궁타령을 선사한다. 세번째 무대는 무용분과(장영애,김순숙,임은숙,김창숙,김선희,민경민,박예숙,전혜경,정금희,정장순,주숙경)에서 '연(緣)'를 주제로 한 군무를 펼친다. 여자역할의 교방무는 영남의 덧뵈기 허튼 춤을 재정립한 춤이다. 일자사위, 활개춤, 베기고, 어르는 섬세한 발 놀음, 손 놀음이 주축이며 장단에 따라 맺고 푸는데 박자마다 강약과 함께 엇 박의 리듬을 만들어 주는 독특함이 특징이다. 남자역할의 선비춤은 교방무의 남성적 춤사위로 선비들이 학문과 덕을 두루 겸비한 자로서 글공부만 하는 것이 아닌 예, 기능을 즐기며 놀을음 했던 그때의 춤이나 소리가 전통화되어 활달하고 남성적인 멋이 곁들여 표면 되었으며 두 춤의 절제 속 자유로운 춤사위를 보여드리며 여자와 남자의 연이란 하나에서 둘, 함께 라는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 무용분과위원장 양채원 선생님이 두 작품을 하나의 무대로 만들었다. 네번째 농악분과에서 길놀이, 문굿으로 동두천 시민듫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한다.예로부터 농악의 길놀이 및 지신밟기는 취타대와 같은 형태로 임금의 행차, 군대의 행진 등 나라의 큰 행사나 중요한 일에 연행 해왔다. 길놀이의 의미로 지신을 진압합으로써 악귀와 잡신을 물리치고 마을의 안녕과 가정의 평안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위에 의미를 담아 오늘 공연에 오신 관객들에 가정의 평안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아 선보일 예정이다. 2부에서는 명인전에서는 최영호의 '웃다리 상쇠놀음'의 농악무와 소리와 이날의 의미를 더한다. '웃다리 상쇠놀음'이란 농악에서 상쇠가 부포상모를 쓰고 다양한 연희적 예술표현을 하며 연행하는 개인놀음이다. 이어서 지역의 소리꾼 유은서의 긴아리랑, 창부타령, 양채원의 살풀이춤, 박경남의 쑥대머리, 남도민요, 하창범 의 푸리북춤, 이수현의 '이수현류 우도설소고춤'이 펼쳐진다. 휘날레는 임웅수 명인의 '임웅수류 상공놀이'가 대미를 장식한다. '상공'이란 광명농악에서 상쇠를 높여 부르는 것으로 머리에 부포를 대신하여 상모고깔 또는 상투를 쓰고 놀이(춤)을 추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상쇠놀이란 부포놀이를 중심으로 쇠가락 위주로 판이 짜여 지지만 상공춤(놀이)은 굿거리 가락을 많이 쓰며 능계가락 중심으로 태평소 소리에 맞춰 판을 벌인다.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20호 광명농악 보유자 임웅수의 놀이(춤) 으로 450여년 전 구름산 도당굿이 성행했었던 때 무녀였던 김선화, 원이쁜선생께서 추었던 춤 동작의 일부를 재현한 것이다. (사)한국국악협회 동두천지부는 김경수 지부장을 리더로 ▲무용분과(양채원)▲가야금병창분과(박경남)▲민요분과(유은서)▲ 농악분과(고양옥)등 4개분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
‘회향’, 다시 피리를 마주하다: 박범훈 명인갑작스러운 찬 바람으로 계절이 바뀜을 실감하게 되던 11월의 어느 날, 곧 있을 ‘박범훈류 피리산조 연주회: 회향(回向)’ 연주회 준비에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계신, 국악계의 원로 박범훈 동국대학교 석좌교수를 만났다. 120명의 연주자와 함께 할 이번 공연부터, 피리산조, 배움과 가르침, 전통과 창작에 대한 가감 없는 이야기를 다양하게 들어보았다. Q. 선생님 안녕하세요. 이렇게 만나 뵙고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요즈음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요? 건강은 괜찮으신가요? A. 국악계에 남은 생을 기여하고자 노력하며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작품도 열심히 쓰고, 지휘도 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합니다. 요즘은 40여 년 전에 스승(지영희)의 가락을 바탕으로 만들었던 피리산조를 제자들과 함께 연주하며 전승, 보존하는 데에 힘쓰고 기여하고자 음악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마 나에게 허락되는 데까지, 이렇게 계속 국악계에 보탬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일하며 지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Q. 선생님께선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석좌교수를 맡고 계시죠. 동국대 한국음악과는 2023년 서울캠퍼스에 개설되었고, 이를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신 것을 익히 알고 있습니다. 학과 운영은 잘 진행되고 있나요? A. 예. 입학 정원은 15명이었지만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제가 뭘 했다기보다는, 서울의 메이저 대학 안에 국악과를 설립해 주었다는 점에서 동국대 측에 참 고맙죠. 아직 설립한 지 오래되진 않았지만, 학부 과정 외에도 대학원 석사, 박사, 석박 통합과정까지 모두 만들어져 있어 한국음악과의 앞날이 더욱 기대됩니다. 특히 문화재급 선생님들이 많이 도와주고 계세요. 직접 학생들을 가르쳐 주시기도 하고, 많은 도움을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Q. 동국대 한국음악과는 불교음악과 맥을 같이 하며 포교를 위하여 설립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타 국악과와 비교했을 때 수업 과정 등에 차이가 있나요? A. 큰 차이라기보다는,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에서는 맞춤형 교육을 한다는 데에 분별력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공수업에서 학년별로 배워야 할 커리큘럼만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닌, 개개인 학생의 역량에 맞추어 가르칠 것을 정한다는 거죠. 선생님과 학생이 함께 상의하고, 흥미나 보완점 등을 찾아 그에 맞춘 전공 수업을 하는 겁니다. 또 가무악을 함께 가르치며 지휘, 무용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끔 합니다. 그러한 맞춤 수업이 이 시대의 전통음악을 하는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고, 그로 인해 국악계가 더욱 발전하는 큰 초석이 될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Q. 맞춤형 수업이라니, 개개인의 역량이 더욱 늘 수밖에 없는 좋은 수업이네요. 학생들의 미래가 함께 기대됩니다. 요즈음 준비 중이신 11월 25일 공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120명이 연주하는 피리의 향연이라는 부제목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이번 공연은 어떤 공연인가요? A.이번 공연은 박범훈류 피리산조를 연주하는 연주자들과 함께 무대에서 연주하는 데 그 의의가 있습니다. 대학교수부터 연주자, 학생, 취미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주자들이 함께 무대에 올라 제게도 참 뜻깊은 공연이 될 것 같네요. 박범훈류 피리산조를 연주하는 문중들이 한데 마음을 모아 한 자리에서 연주하는 기회를 가졌다고 할 수 있겠죠. 떼 피리로 연주하는 겁니다. 프로그램 순서에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무대의 첫 막은 이 피리산조를 잉태한, 모태가 되는 경기시나위를 연주합니다. 특히 지영희 선생님의 첫 제자인 최경만 선생이 연주함으로 더욱 의미가 있죠. 그 외에도 제가 산조를 만들 때 많이 참고했던 지영희 선생님의 해금산조 연주도 있고, 박범훈류 피리산조에 관해 연주자들과 함께 공연 중 토크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Q. 공연 기획부터 함께함의 목적에 이르기까지 참 뜻깊은 무대가 아닐 수 없네요.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선생님께서 창시하신 박범훈류 피리산조는 지영희 경기시나위를 모체로 조와 다양한 전조 등을 활용하여 창시한 산조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지영희 선생님의 경기시나위와는 차별을 둔 부분, 즉 작곡가, 창시자로서 선생님만의 특수한 주안점을 두고 만든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A. 산조를 만든다는 건 산조의 틀, 짜는 기법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거죠. 또 악기의 특징이 잘 드러나야 한다는 겁니다. 피리산조의 경우 피리로 불었을 때 특징이 드러나는 산조여야 합니다. 그 가락을 대금이 불어서 더 좋으면 과연 피리산조로써의 매력이 있을까요? 산조는 악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연주자가 만들어야만 값어치가 있습니다. 전 산조를 만들며 피리의 특수 주법이나 특징, 그리고 독창성을 다르게 하기 위해 힘을 쏟았습니다. Q. 박범훈류 피리산조에는 경토리가 굉장히 많이 녹아있는 것이 특징이잖아요. 경토리를 산조에 녹여낼 때 어떤 식으로 작업을 하셨나요? A. 보통 산조에는 전라도의 남도제가 많이 들어가긴 합니다만, 지영희류 해금산조, 지영희제 경기시나위에는 경기제. 즉 경토리의 특징이 특히 강합니다. 경기 시나위에는 경토리와 계면조의 특징이 모두 녹여져 있습니다. 그래서 꺾는 음도 남도제와는 조금 다르고, 계면조라고 해도 너무 심각하거나 애절하지만도 않죠. 또 경토리와 계면조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리고 피리의 특징으로 이야기하자면, 무속음악과의 관계도 설명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무속음악에서 피리는 반주에 많이 쓰였습니다. 무녀가 노래할 때 조(key)가 때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 조에 맞추어 반주해야 하기에 관의 변화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경기제에서 주법이 굉장히 많이 발전했어요. 목튀김, 혀치기 등 특수주법이 아주 다양해졌죠. 피리만의 특징이 생긴 겁니다. 저는 그런 경기제의 특징, 피리의 주법을 제 산조에 다양하게 적용했습니다. 그래서 박범훈류 피리산조를 들어보면 조성의 변화가 많고, 관을 올려잡고 내려 잡으며 주법이 많이 변화하는, 경토리가 도드라지죠. Q. 요즈음 많은 젊은 연주자들이 각자의 유파를 만들고 산조를 기본으로 삼아 음악 활동을 해 나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사조를 어떻게 보시나요? 또 그들에게 해 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가요? A. 젊은 연주자들이 산조에 관심을 두고 만들어 나가는 현상이 참 좋네요. 유파를 짜서 남기기 위해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산조의 특징을 확실하게 담아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려면 악기를 오랫동안 연주하고, 악기의 특징을 끊임없이 연구하는 게 중요하죠. 그 악기의 도사가 되어야 해요. 그리고 산조의 틀. 즉, 장단, 조성, 시김새 등의 조건을 확실하게 가지고 가야 합니다. 그저 즉흥으로 짜서 연주하고 남기기엔 생명력이 없어요. 그렇게 꾸준히 연구하고, 연주하고, 기본적인 특징을 확실히 살린 후에 본인의 독창성이 입혀지면, 오래도록 남는, 인정받는 산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지 않으면, 냉정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도태될 수밖에 없어요. Q. 특히 선생님께선 수많은 창작곡을 오랜 세월 만들어 오신 작곡계의 원로시기에 더더욱 여쭙고 싶던 질문입니다. 전통이든 창작 음악이든, 창작하는 데 있어 어떤 것을 기본적으로 꼭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 창작이라는 것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게 아니에요. 유(有)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거지. 음악에 들어있는 게 하나도 없으면 뭐가 나올 수 있겠습니까? 그건 소리로써 사람을 괴롭히는 거예요. 항상 작곡하는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게 있어요. ‘소리가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을 생각하라.’ 그러려면 인풋(input)이 정말 중요합니다. 공부도 하지 않고 좋은 곡이 나오길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죠. 다양한 음악적 소양과 경험, 고민, 습득이 필요해요. 그렇게 내게 다양한 것들이 축적되면, 음악은 그때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예요. 내가 만들고자 하는 방향을 확실하게 잡고 음악을 만들고 나면, 결국 생명력을 가진 곡이 되어 오래도록 연주될 겁니다. Q. 마지막으로 질문드릴게요. 저도 그렇지만, 다양한 음악이 유입되고 수많은 장르가 뒤섞이며 어디서든 자유롭게 음악을 듣고 배울 수 있는 시대기에 더욱 이 시대의 전통을 하는 것에 대해 많은 고민과 생각이 듭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국악인들이 절대 놓치지 않아야 할 마음가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전통이든, 현대음악이든 간에, 예술을 전공한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에요. 미(美)를 추구한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요. 저는 어느 자리에 있든 내 전공을, 음악을 놓쳐본 적이 없어요. 왜? 좋으니까요. 억지로 하는 사람들은 도중에 그만두죠.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서 하는 거예요. 음악을 하며 어려운 일도, 힘든 일도 있겠지만 내가 좋아서 하는 사람은 그 고비를 끝까지 넘습니다. 내가 좋아서 한다는 그 마음가짐, 예술에 대한 자긍심을 놓지 않고 전통을 해 나가길 바랍니다. 이 시대의 존경받을 원로로 통하는 박범훈 석좌교수가 전통 예술계에 오랜 시간 이바지하며 높은 평판을 이루어 온 데에는, 음악을, 창작을 전심으로 사랑해 온 꾸준한 세월이 있었다. 11월 25일 펼쳐질 그의 공연 제목은 ‘회향’. 긴 세월 쌓아온 음악을 돌아보며, 그 음악의 뿌리, 근원으로 돌아가 피리를 오롯이 마주한다는 의미다. 과거로부터 현재를 이어온, 그리고 미래를 이을 박범훈류 피리 산조가 들려 줄 우리 음악에 대한 강인함, 사랑, 그리고 굳건함이 벌써 귀에 울려 퍼지는 듯하다.
-
'평안도 다리굿', 23일 '제64회 한국민속예술제'무대에'제64회 한국민속예술제'가 이달 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 전라남도 영광에서 열리는 가운데 '평안도 다리굿'이 23일 영광스포티움 무대에 오른다.올해 64회를 맞이한 '한국민속예술제'는 문화체육관광부, 전라남도, 영광군이 주최하고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과 한국민속예술제 추진위원회가 주관한다.이번 '제64회 한국민속예술제'는 일반부 18개, 청소년부 7개 단체가 각 지역 경선을 통해 올라와 대통령상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25개 단체의 참가자가 한자리에 모인다. 다리굿은 주로 망자를 위한 진혼굿으로, 열 네거리로 구성되어 평안북도 평안도다리굿보존회가 결성되어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다리굿의 열 네거리는 당 울림을 시작으로 잡귀를 물리치는 ‘주당푸념’, 신들을 처하는 ‘앉은청배’, 명을 주는 ‘칠성 굿’, 잡귀 영정을 풀어 먹이는 ‘영정거리’, 서낭을 모시는 ‘기쁨 서낭굿’, 재수를 빌어주는 ‘대감 굿’, 망자가 무당의 입을 빌어 생전에 한을 풀어가는 ‘기밀 굿’, 저승사자를 모시는 ‘사자 굿’, 망자의 저승천도를 비는 ‘다리발세경’, 굿에 들어온 잡귀를 모두 풀어 먹여서 보내는 ‘뒷풀이’로 구성되어 있다. 1. 입장과 전원무녀가 앞장서고, 나머지 단원 외 모두 원을 그리며 입장한다.2. 사방문을 여는 의식무녀가 넉상 앞으로 이동하여 긴염불과 잦은염불을 한 후 법구춤을 추고 나서 또 다른 무녀1인과 ‘세친다리’가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3. 베따라기무녀1인이 배를 가르고 넋두리를 마치면 무녀1인과 또 다른 무녀 1인이 등장하여 배 사이를 돌며 법구춤을 춘다. 이때 사자가 뒤에서 왔다 갔다 하며 진행을 방해한다.4. 마무리무녀의 모든 의식이 끝나면, 마무리를 하고 무녀가 앞장서면서 단원들과 함께 퇴장한다.
-
(19) 국내춤기행, 동해안 별신굿〈울산 신암편⓶〉어촌마을을 뜨겁고 풍성하게 달군 풍어축제 -신암별신굿 어촌마을이라 민박이 딱 하나가 있는데 주인마저 별신굿 식당에서 봉사하는 관계로 숙소를 사용할 수가 없어 할 수 없이 멀리 나가 숙소를 잡았다. 난방이 시원찮아 썰렁한 밤을 지새우고 나와 다시 굿판 이튿날을 맞이했다. 10시가 되어 시작하는데 팥죽 새참을 주어 맛있게 먹으며 굿 촬영을 시작했다. 둘째 날 일정표의 첫거리가 어제 저녁에 연행하여 오늘도 다소 변경이 생겨 <부인거리>, <천왕거리>, <손님거리>, <대왕거리>, <대신거리>, <황제거리>로 진행하였다. 그리고 셋째 날은 <군웅거리>, <심청거리>, <천왕거리>, <심청거리>, 넷째날은 <걸립거리>, <용왕거리>, <장수거리>, <월래거리>, <꽃・등・뱃노래>, <거리굿>으로 신암별신굿의 끝을 맺는다. 동해안별신굿의 각 굿거리마다 연행구조는 기본구조와 변형구조로 되어 있다. 따라서 이후에 펼쳐진 굿거리에서도 변형구조인 <손님거리>, <심청거리>, <걸립거리>, <용왕거리>, <장수거리>, <거리굿> 외에는 기본구조로 연행한다. 그러므로 기본구조의 춤은 무녀들의 개인차는 있지만 춤 형식은 대동소이하여 종합적으로 춤형식과 춤사위를 정리하면서 살펴보았다. 9시 40분(110분간)에 되자 양중들이 모여 하루의 굿을 시작하는 드렁갱이로 굿판의 신명을 북돋았다. 10시가 되자 <부인거리>에 김정숙 무녀와 김정희 양중이 굿을 연행하였다. <부인거리>는 각 가정에 효부와 열녀가 나오기를 기원하는 굿거리로, 연행구조는 동해안별신굿의 대표적인 기본구조 6단계로 진행하였다. 즉 ①푸너리장단의 푸너리춤(부채와 수건춤), ②청보장단에 청보무가와 청보춤, ③"우여차! 00님네 놀고 씨고 가잔다!”로 거무장단에 거무춤3장(‘느진거무춤’(중모리형), ‘거무춤’(굿거리형), ‘당거무춤’(자진모리형)), ④어포(명태포)를 들고 모름채 장단에 토구름춤과 어포춤, ⑤축원무가와 팔도민요, 가요, ⑥사자풀이채(장단)에 술잔과 신칼을 들고 수부사자무가로 끝을 맺는다. 11시 30분(103분간) 손영만 남무(경북 빗내농악 보유자)와 김용택 양중(동해안별신굿 보유자)이 <천왕거리>를 연행하였다. <천왕거리>는 골매기 천왕신(성황신, 서낭신)을 모시는 굿거리로 동해안별신굿의 연행구조에서 변형구조라고 하지만 뒤에 이어지는 무극(巫劇) 때문이다. 이 무극을 <원님놀이>, <천왕곤반>, <도리강관원놀이> 등으로 불리지만 이 거리를 생략하는 경우는 기본구조와 다름없다. 동해한별신굿에서도 지역에 따라 생략하는 마을이 있고 사정상 생략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 신암마을에서는 두 번에 <천왕거리>를 연행하였는데, 다음날인 23일에도 <천왕거리>를 김동연무녀와 김종희 양중이 연행하였다. 이것은 손영만 무당이 굿당 밖의 천왕대를 들고 굿을 연행하지 않아 김동연 무녀가 천왕신을 모시는 거리를 포함하여 <천왕거리>를 다시 연행한 것이다. <손님거리>의 손님대춤 <손님거리>는 손님신, 즉 천연두신(天然痘神)을 위한 거리이다. 손님신을 높여서 마마손님 혹은 마마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우두법이 일반화되기 전에는 천연두가 가장 무서운 전염병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게 된 것이다. 무속의 신은 인간에게 존경받을 만한 일을 해서 신으로 모셔진 것도 있지만, 인간에게 너무 위협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그 화를 면하기 위해 인간들이 두려워하면서 신으로 모시기도 하는데, 손님신이 그 경우이다. 13시 13분(150분간) 김영희 무녀(1941년생, 보유자)와 김정희 양증이 <손님거리>를 하였다. 김영희 무녀는 동해안별신굿 보유자이며 현재 보존회장으로 고령에다 척추 불편에도 불구하고 이번 별신굿판에서 오로지 한 석(席, 거리)을 연행하는 유일한 굿거리이기에 좀 더 소상히 정리해 보았다. 대체로 무녀들은 맡은 굿거리를 시작할 때 이미 머리장식과 치마저고리를 갖춰 입고 굿판에 등장한다. 김영희 무녀 역시 단정하게 달비(덧 씌운 가발), 빨간 댕기, 흰 머리띠로 머리장식을 하고 치마저고리에 보자기를 들고 등장하였다. 그리고 보자기를 풀어 남색 쾌자와 연두색 가슴 띠를 꺼내 주민들 앞에서 쾌자와 가슴 띠를 착용한다. 젊은 무녀들은 본인이 직접 가슴 앞에서 한가닥 매듭으로 늘어뜨린 다음 뒤로 돌려 등 뒤에서 매듭이 쾌자 끝까지 길게 늘어지게 한다. 김영희 무녀의 가슴 띠는 조무들이 착용시켜드렸다. 김영희 무녀가 등장하여 "젊은 새댁이 굿 한석 하러 나왔습니다.”라고 반어법으로 말문을 트니 굿당 안은 웃음바다가 되면서 굿판분위기를 일시에 압도하였다. 이어서 동해안별신굿을 하는 조상내력과 신안별신굿의 그간 경력 등을 이야기하고 손님굿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고 "손님네 한번 모셔봅시다” 하고 청신으로 푸너리장단에 손님대춤을 추기 시작하였다. ①양중들이 푸너리장단을 연주하자 김영희무녀는 굿당을 향해 뒤로 돌아 먼저 오른손의 부채를 펴 들었다가 허리 뒤로 여미고 이어서 왼손에 잡은 손님대를 쳐들어 앞쪽으로 올렸다. ②부채와 손님대를 함께 쳐들고 마을 이장보고 굿당을 향해 절을 하라고 지시하니 절을 한다. ③손님대와 부채를 좌우로 흔든 다음 손님대를 어깨에 얹고 부채는 편 채 옆구리에 낀다. ④ 손님대와 부채를 들고 좌우로 흔든다. ⑤손님대와 부채를 들고 왼쪽으로 한 바퀴 돈다. ⑥돌면서 주민을 향할 때는 부채를 허리 뒤에 여미고 굿당을 향할 때는 부채를 쳐든다. ⑦ 손님상차림 앞에서 좌우로 흔들고 ⑧ 오른쪽으로 한 바퀴 돈다. ⑨ 손님대를 들고 흔들면서 부채는 허리 뒤에 여미고 왼쪽으로 돈다. ⑩ 부채를 들고 흔들면 손님대는 어깨에 얹는다. ⑪ 굿당을 향해 좌우로 흔들다가 손님대를 들고 흔들 때는 부채는 뒤로 여미고 부채를 들고 흔들 때는 손님대는 어개에 얹는다. ⑫ 부채를 접어 손님대 위에 X자로 걸치고 왼쪽으로 한 바퀴 돈다. ⑬굿당을 향해 손님대를 오른손에 옮겨 부채와 함께 오른손에 겹쳐든다. ⑭ 굿당을 향해 부채와 손님대를 부르르 떤다. ⑮굿당을 향해 몸통을 떤 다음 다시 손님대와 부채를 떨면서 좌우로 흔든다. ⑯다시 손님대를 왼손에 옮겨 어개에 얹고 부채를 펴들고 왼쪽으로 돈다. ⑰ 한바퀴 더 돌아 주민들을 향해 절을 한다. ⑱ 다시 굿당을 향해 돌아 절을 하고 푸너리춤을 마친다. 간략하게 춘 푸너리 손님대춤이지만 불편한 몸으로도 춤의 격식을 갖추었다. 이어서 손님을 모시는 내력을 이야기와 무가로 손님굿 서사무가를 제마수장단에 맞춰 92분 동안을 불렀다. 손님거리는 전국적으로 널리 분포되어 있으며 대부분 축원무가로 불리는 경우가 훨씬 많지만 동해안별신굿에서 불리는 손님거리 무가는 서사무가이다. 김영희 무녀가 구연한 내용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중국에 있던 손님신 쉰 세 분이 조선이 살기 좋다는 소문을 듣고는 들어오다가 쉰 분은 되돌아가고 세 분만 압록강을 건너게 되었다. 그러나 사공은 각시손님이 하룻밤 자신의 수청을 들어준다면 건네주겠다고 하였다. 이 말에 화가 난 손님네들은 사공을 죽이고 그의 집으로 가서 아들들도 하나씩 차례대로 천연두에 걸려 죽게 만들었다. 마지막 아들 하나가 남았을 때에 사공의 어머니가 손님네에게 애원했기 때문에 손님네는 사공의 마지막 아들 하나는 목숨을 보존하게 하여 주었다. 조선으로 들어와 떠돌던 손님네는 가난한 할미의 집으로 찾아간다. 할미는 손님네가 온 것을 알고는 정성껏 대접한다. 할미의 정성에 감동한 손님네는 할미에게 소원을 말하라고 하고, 할미는 김장자집의 삼대독자인 철현이가 쉽게 손님을 마치도록 하여 달라고 청한다. 손님네는 김장자의 집을 찾아가 그에게 천연두를 앓게 한다. 그러나 김장자는 손님을 대접하여 아들을 낫게 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자꾸만 억지를 부리면서 손님네에게 대항한다. 화가 난 손님네는 철현이를 죽여 자신들의 마부로 삼고 말았다. 동해안별신굿 손님굿의 끝에는 손님노정기(路程記)가 이어지고, 그 뒤에는 손님네 말놀이라는 무극(巫劇)이 있다. 이 무극은 본래는 손님배송굿 혹은 마마배송굿이라고 불리는 굿에 들어 있었던 것인데 익살스러운 재담이 재미있다. 옛날에는 천연두가 치사율이 매우 높은 무서운 전염병이었던 것이다. 이 병에 걸렀다가 요행히 죽지 않으면 발병된 지 열사흘 만에 천연두신을 돌려보내는 마마배송굿을 크게 했다고 하는데, 그 마지막 대목인 손님네를 말에 태워 돌려보내는 대목이 이 극에 해당한다. 그러나 오늘날 천연두를 예방할 수 있게 되자 손님배송굿도 중요성이 없어지고 말을 만드는 일은 점차 사라지게 된 것이다. 시대나 문화의 변화를 동해안별신굿이 어떻게 수용하고 있는가하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김영희 무녀가 서사무가를 연행하는 동안 조무들이 나서서 손님대를 들고 주민들에게 가자 주민들이 돈을 손님대에 꽂아 주령주렁 매단다. 손님대를 손님상 옆에 쌀을 담은 말과 어포에 꽂아두니 김영희 무녀가 다시 어깨에 얹고 연행하였다. 서사무가를 마친 다음 손님대를 흔들며 마을의 안녕을 월별로 공수내리듯이 축원하고 지역민들의 사주를 기록한 용지를 보며 한사람씩 축원해주었다. 조무들을 나오게 하여 민요를 부르게 하였다. 그사이 새참으로 팥죽을 주민들에게 나눠주며 계속 진행하였다.이어서 15시 43분부터 서한나 무녀와 김진환 양중이 <대왕거리>를 92분간 연행하였고, 17시 15분부터 김영숙 무녀와 김용택 양중이 <대신거리>를 115분간 연행하였으며, 19시 20분 김동연 무녀와 김정희 양중이 <황제거리>를 83분간 연행하여 밤10시 가까이 되어 22일 일정을 마쳤다. 23일과 24일에 걸쳐 나흘동안 오전 10시부터 <군웅거리>, <천왕거리>를 비롯하여 <황제거리>, <걸림거리>, <용왕거리>, <장수거리>를 하고 24일에는 <월래거리>, <꽃,등, 뱃노래>, <거리굿>으로 마무리하였다. 기본구조의 굿에 나타난 ‘푸너리춤’의 춤 구성과 특징 신암별신굿의 22거리 연행내용 중에 기본구조를 지닌 굿거리는 가망거리, 제석거리, 성주거리, 부인거리, 천왕거리, 대왕거리, 대신거리, 황제거리, 군웅거리, 용왕거리 등 9거리였다. 이러한 기본구조의 굿거리는 앞서 밝힌 바와 같이 6단계의 연행구조로 진행되는데 좀 더 구체적인 내용과 춤을 살펴보기로 한다.<가망거리>는 김동연 무녀(동해안별신굿 전수조교)와 김정희 양중(동해안별신굿 전수조교)이 굿을 연행하였는데 ‘푸너리춤’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먼저 양중들이 장고, 징, 꽹과리로 푸너리 1장단(굿거리형, 2소박4박 2장단 첫박에 징1번)을 치면 춤을 추기 시작한다. ①무녀가 부채와 수건을 들고 주민들을 등지고 굿당을 향해 천천히 느린 걸음으로 전진하며 좌우세로 손을 흔들고 ②후진하면서 팔을 내려 앞뒤로 흔들고 제자리에서 좌우세로 흔든 다음 ③다시 천천히 전진하고 왼쪽으로 돌아 앞(주민)을 보고 계속 돌아 뒤(굿당)를 보면서 부채를 펴고 위 아래로 들고 내린다. ④수건을 든 왼손은 반대로 아래위로 흔든다. ⑤반대로(오른쪽) 한 바퀴 돌며 팔을 흔들고 앞을 향할 때 부채를 접고 좌우로 흔든다. ⑥앞을 향한 채 전진후진하고 부채를 어깨에 얹고 수건을 옆을 들고 제자리에서 흔든다. ⑦다시 앞으로 양팔을 흔들며 전진하여 ⑧오른쪽으로 돌며 굿당을 향할 때 다시 부채를 펴고 흔들며 세 바퀴를 연속을 돈 다음 ⑨다시 왼쪽으로 세 바퀴 돌아 굿당을 향해 양팔을 펴든다. ⑩푸너리 2장단(1장단 첫박에 징1번)에 절을 하고 다시 뒤로 물러나 절을 하여 삼배하고 반배를 더하고 마친다(1분30초). 그 외 굿거리에서 다른 무녀들이 춘 푸너리춤은 <제석거리>의 홍효진(2분), <성주거리>의 김동언(2분), <부인거리>의 김정숙(1분50초), <천왕거리>의 손영만(1분30초), <대왕거리>의 서한나(1분50초), <대신거리>의 김영숙(1분50초), <황제거리>의 김동연(1분40초) 등이 있었다<필자 영상촬영>. 이들이 연행한 것을 비교해보면 첫째, 춤에 소요된 시간과 장단은 각자의 성향과 즉흥성, 현장성으로 각기 달라 고정되지는 않았지만, 기본원칙과 기본구조는 유사했다. 둘째, 대체로 연령별 즉 60대 이상의 고령층 무녀와 그 이하 젊은 층에서 춤의 성향이 달랐다. 즉 고령층은 동작이 작지만 부드러움과 유연함을 보이고, 젊은 층은 활기 있고 춤사위가 확실하고 조금 길게 추었다. 그리하여 고령층은 어르는 사위, 좌우새, 여미는 사위, 얹는 사위로 춤집이 작았고, 젊은 층은 어르는 사위보다는 좌우새와 어깨에 얹고 겨드랑에 끼는 사위로 춤집이 컸다. 셋째, 고령층일수록 춤구조가 일정하고 공통점이 많으나 젊은 층은 규칙에 얽매지 않고 자유롭게 추는 경향이 있다. 푸너리춤의 공통적인 춤구조와 특징은 첫째, 처음 양중들이 푸너리장단을 치면 무녀는 바로 춤을 추지 않고 무복의 매무새를 가다듬고 마음을 정비하고 나서 주민을 등지고 굿당을 향하여 춤추기로 시작한다. 둘째, 전진후진 걸음과 좌우회전걸음, 제자리걸음 등 3가지 걸음법이 주로 쓰인다. 셋째, 손팔동작은 양팔을 평사위에서 좌우로 흔드는 좌우세가 주를 이루고, 팔을 상하로 크게 들고 내리는 큰 좌우새, 한 손은 어깨 얹고 다른 손은 반대편 겨드랑이에 끼었다가 펴서 반대로 얹고 끼는 사위, 부채는 펴서 뒤편에 여미고 수건은 앞에 들고 도는 사위, 넷째, 부채는 도는 사위에서 굿당을 향할 때 펴고 앞을 향할 때 접으며 신의 세계와 인간세계를 구분하여 펴고 접는다. 다섯째, 도는 사위는 신을 모신 신의 세계인 굿당과 주민들을 향한 인간세계를 넘나드는 의미로 양 세계를 왔다 갔다 하는 춤으로 보였다. 그리고 도는 방향의 손은 위로 들고 따르는 쪽의 손은 허리 뒤로 붙여 도는데, 계속 돌 때는 양손을 모두 위로 쳐들고 돈다. 여섯째, 굿당을 향해 돌 때는 부채를 펴고 돌고, 주민을 향해 돌 때는 부채를 접는데, 여러 바퀴 돌 때는 부채를 펴 양손을 모두 들고 돈다. 일곱째, 마지막 춤을 마칠 때는 굿당을 향해 삼배하면 장단은 조금 빨라지는 푸너리 2장단을 치고 마친 다음 청보장단으로 바뀐다. 일곱째, 장단은 강하지만 춤은 굿거리형의 부드러운 춤을 춘다. 이처럼 굿문서나 춤은 분명히 선대 무녀들로 부터 전승한 전형적 특징을 보여주고 있지만 연행자(무녀)에 따라서, 또 현장성, 즉흥성이 가미됨에 따라서 연행내용은 개인차를 보인다. 게다가 전승의 연륜과 연령층에 따라서도 세대차도 나타나고 있었다. 동해안별신굿의 무복과 무구 동해안별신굿의 무복은 한마디로 조촐하다고 할 수 있다. 무당들은 굿을 하는 동안에 굿의 종류나 춤의 종류에 따라 간단한 무복을 착용한다. 치마저고리만을 무복으로 착용하거나 그 위에 남색의 전복을 덧입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별한 굿거리나 춤에 따라 표의(表衣)로서 포를 착용하거나 머리에 고깔 또는 화려하게 장식한 화관을 쓰는 정도이며 무복으로서의 특별한 양상은 찾아볼 수 없다. 다만 단순함 속에서도 두루마기, 몽두리, 쾌자, 활옷, 원삼, 철릭 등 의례용 겉옷에서 보이고 있는 복식 대부분은 색동소매와 한삼이라 할 수 있다. 동해안세습무 무복의 형태적 특성으로 볼 수 있다. 동해안별신굿의 머리장식 동해안별신굿의 머리장식으로는 흰색 띠, 달비, 화관, 비녀, 꽂이, 갓, 고깔 등을 볼 수 있다. 머리띠는 얇은 흰 천을 가늘게 감아 머리에 띠를 두르고 여분으로 꽃을 만들어 장식한다. 달비는 길이가 일정치 않으며 머리카락을 두 갈래로 묶어 연결한 것으로 여자의 긴 생머리카락이며 어른 손 한 웅큼 정도의 굵기로 만든다. 굿을 할 때 머리를 감싸며 머리를 단정하게 만들어 주고, 가발처럼 쓴 후 굿 동작에서 자유롭게 하기 위해 단단하게 고정한다. 굿거리 이후 땀범벅이 된 달비는 세탁하지 않고 뜨거운 방바닥에 놓아 습기를 말려 다시 사용한다고 한다. 달비는 굿판에서 구경하는 할머니들이 잘라준 머리채도 있고, 세습무에서 무녀들에게 중요한 상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절대 태우지 않고 소중히 관리하는 중요한 장신구이다. 명주수건은 무녀들이 가체한 머리 전체를 가릴 때 사용하며, 머리 전체를 감싸는 형태이다. 화관은 문굿에서 밝이춤을 출 때 머리에 쓰며, 화려하고 아름답게 장식한다. 붉은 댕기는 갑사로 만들며 홍색이고 흰 머리띠와 함께 달비를 고정하고 머리모양을 장식하는 역할을 한다. 갓은 성주굿이나 심청굿 권위가 높은 굿거리에서 주로 사용한다. 고깔은 명주천이나 종이로 접어 쓰기도 한다. 세존굿에서 추는 중춤, 중도둑잡이굿, 양중이 염불을 구송할 때 등에 주로 흰 천이나 흰 종이를 사용한다. 군웅거리와 천왕거리까지만 촬영을 마치고 다음날 춤비평가회 회의 관계로 굿판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나머지 부분은 대보름날부터 연행하는 부산 기장 칠암면에서의 동해안별신굿에서 다루기로 한다.
-
(18) 국내춤기행,동해안 별신굿 〈울산 신암편⓵〉풍어와 안녕을 기원하는 5년 주기의 어촌축제 - 신암별신굿 이번 국내 춤기행은 동해안별신굿을 중심으로 한반도 동남 해안지역에서 전승되고 있는 무속의례춤의 현황을 파악하고 춤사위를 분석하여 한국 전통춤의 지역적 특성을 규명하는 일환으로 민속현장조사 기행을 떠났다. 동해안지역 별신굿은 남쪽 끝 부산지역에서 울산, 경북, 강원도에 이르는 동해안 어촌을 중심으로 풍어제와 마을굿이다. 어촌마을마다 제각기 열리는 별신굿은 격년, 3년, 5년 등 마을의 형편상 정기적(사정상 비정기도 있음)으로 풍어제 또는 별신굿 추진위원회를 조직하여 조성한 마을 공동기금으로 운영한다. 이때 큰무당(*)들을 모셔 큰 굿판을 벌이고 마을 축제를 열어 풍어를 빌고 마을의 안녕과 개인의 재제초복을 비는 정기적인 큰굿이다, 2015년 2월21일(음1월3일)부터 4일 동안 행하는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암면 부둣가에 5년마다 열리는 풍어를 기원하는 신암별신굿을 현장조사하려고 촬영장비와 며칠을 지내려는 생활용품까지 큰 배낭과 가방까지 들쳐 메고 설 다음날(2월20일)에 일찍 용인에서 부산행 버스를 탔다. 점심때가 조금 지나 도착한 부산버스터미널(노포동)에 부산의 한국무용가 신은주선생(부산춤공간 Shin 대표)이 마중을 나왔다. 점심을 같이 들고 부산에 온 김에 김덕명선생님(양산학춤 전승자, 92세)을 뵙고 가려고 댁으로 찾아 갔다. 일전((2월9일)에 ‘부산춤공간 Shin 기획토론회’ 때는 신장 투석한 날이라서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이시던 분이 이날은 줄곧 두 시간에 걸쳐 지성승무의 유래와 전승에 대해 증언해주셨다. 더 이상 면담하기가 미안해서 다음에 증언을 더 듣기로 하고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암마을로 떠났다. 마침 서생면 신암마을 근처가 신은주선생의 고향이라 어린 시절 이야기와 지역생활사까지 들으며 바다 경치를 만끽하면서 신암부둣가 신암제당에 도착하였다. 내일 열릴 굿판 상황을 상황과 시작 시간과 일정을 물어보고 촬영 위치까지 점지한 다음 저녁식사를 하러 나왔다. 어둑어둑해진 바닷가에는 흔히 생각하는 어촌의 풍경이 아니었다. 현대화된 해안도시의 밤풍경과 네온사인 등이 현란하고 음식점들과 별장, 펜션 등이 즐비했다. 찾다보니 부산 기장까지 와서 바닷물 가에 바짝 붙여 지은 수십 개의 방갈로 별채로만 지어진 독특한 음식점(고스락)이 맘에 들어 울산밤바다를 만끽하며 식사를 하고 숙소를 잡아 여독을 풀었다. *큰무당- 큰무당, 선무당과 점쟁이, 비래쟁이(막음쟁이)의 명칭은 기예능의 한계, 조직규모, 단골판 등에 의해 크게 3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큰무당’은 우선 대대로 가계 전승된 세습무로 기예능이 뛰어나며, 많은 인원(20~30명)의 집례자의 조직력을 갖춘 친척들로 3일에서 7일 내외로 20~30거리의 대규모의 별신굿이나 오구굿을 연행할 수 있는 무계집단을 일컫는다. 이에 비해 ‘선무당’은 ‘설익은 무당’이란 뜻으로 개인적인 강신무들로 기예능은 약하지만 신과의 소통력으로 공수내림을 잘 하여 12거리 이내로 하루나 이틀 정도의 굿을 집례자 2~5명이내로 소집단을 형성하여 앉은거리와 선거리를 연행하는 중규모의 무계집단이다. ‘비래쟁이’와 ‘막음쟁이’는 강신적 또는 학습적으로 터득한 능력으로 1~2명(무녀와 악사)의 집례자가 한나절 정도로 개인이나 가정의 우환을 퇴치하는 앉은거리, 비손, 막음질을 행하는 유형이다.*허개등- 굿청 밖에 높이 허공에 매단 허괘등(虛卦燈), 불교 지화장엄에 유래된 화개등(花蓋燈)으로 흑애등, 호개등, 허계등, 후개등으로 불리는 대내무살 뼈대로 엮어 오색화지를 붙여 만든 등이다. 동해안 별신굿과 오구굿에서 굿이 열리는 곳을 신과 인간에 알리는 기능, 풍농풍어를 기원할 때 신(망자)이 머물고 이동(저승)하는 수단의 무구이다. <당맞이굿>에서 마을 수호신을 굿당으로 모시는 ‘골매기 청신춤’ 신암별신굿이 열리는 첫날(음력 정월 초산날) 신암마을 바닷가 제당에 10시부터 한다기에 30분 미리 도착하여 촬영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굿의 첫거리인 <제주집 안굿>은 전날 저녁에 했다는 것이며, 오늘시작은 둘째거리인 <당맞이굿>부터 시작한다는 것이어서 아쉬웠다. 참관했던 굿연구학자(김신효, 이균옥)들에게 물어보니 제주(祭主, 김정례)집과 이장(이동우)집에서 두 번 집안굿으로 간단한 굿상차림에 부정거리와 청좌거리에 어어 소지(燒紙)올리는 등의 비손처럼 청신(請神)을 하였다고 한다. 별신굿 전체를 ‘청신(請神), 오신(娛神), 송신(送神)’과정으로 구분할 때, 청신 부분에 해당하는 굿거리는 <부정거리>, <청좌거리>, <당맞이굿>, <문굿(문당굿)>까지이다. 별신굿에서 마을 전체의 안녕을 위한 본격적인 시작은 마을의 수호신인 골매기신(*)을 모시는 <당맞이굿>이 청신(請神)과정의 핵심이다. 그러므로 <당맞이굿>은 골매기가 있는 당나무나 당집 등지로 가서 골매기신을 내림대에 내려서 굿당으로 모시고 오는 굿거리이다. 골매기를 굿당에 모셔 놓은 후부터 굿거리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별신굿이 벌어지는 굿당에 모셔진 골매기는 별신굿이 끝나는 날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신암별신굿이 열리는 첫날 바닷가 제당 앞에 천막으로 마련한 굿판에 들어가기 전에 10시 10분(80분간) <당맞이굿>을 하러 가기 위해 앞마당에서 무녀들과 양중(악사)들이 풍물을 한바탕 치며 춤을 추며 돌다가 마을 주민대표가 대잡이로 골매기대(*)를 앞세우고 골매기 서낭당으로 향하였다. 골매기대에 이어 양중(남무악사)들의 풍물가락에 맞추어 무녀들이 춤을 추며 따르고 주민들이 함께 뒤를 따랐다. 유씨 골매기 할배 서낭당에 도착하여 상당굿으로 간단한 굿상을 진설한다. ①김동연 무녀(동해안 별신굿 전수조교)가 부정바가지에 부정물과 신칼을 들고 온갖 부정이 범접하지 못하게 하고 굿당주변을 깨끗이 정화하기 위해 장구장단에 부정무가를 한다. ②부정무가를 마치면 꽹과리가 합세하여 빠른 장단으로 바뀌며 신칼로 부정물을 찍어 뿌리며 부정을 물리친다. ③주민대표들이 굿상 앞에 절을 한다, ④부채와 수건을 들고 골매기 유씨할배신을 모시는 청보무가를 부르고 양중은 "모시자 에시자!”소리로 바라지를 한다. ⑤당을 향해 절을 하고, 이어서 신칼과 명태포를 들고 휘돌리며 빠른 거무장단에 다양한 손동작으로 손신무관을 잠깐 추다가 몸을 천천히 움직이면 장단이 느려진다. ⑥모름채 장단에 양손을 모으고 앞으로 굿상을 향해 허리를 숙여 살짝 엎어지듯이 토구름을 하고 강신무들이 접신하듯이 몸을 잠시 떨듯이 토구름(*)을 한 다음 왼쪽으로 돌아 절을 한다. ⑦"의허여- 하염없어!”하면서 귀곡성(鬼哭聲)을 잠깐 소리 지르고 "신암대동 안에 우리별신 내별신...유씨 골매기 할배신을 모시러 왔습니다....” 축원사설을 한다. ⑧수부채장단에 술을 술잔에 부어 잡신들을 보내고 마을주민과 제관들에게도 음복주를 내리고 별비(*)를 받고 계속 굿상 밖으로 잡신과 사자(死者)들에게도 술을 뿌린다. ⑨ 굿상의 제물을 모아 한지를 받쳐 사자밥으로 당산나무 아래에 모아둔다. ⑩"에루 지신아! 지지신 지신을 울리자!” 지신밟기 무가를 양중들과 함께 소리쳐 부르고 길군악 풍물을 치며 다음 골매기당으로 길놀이를 하며 행진한다. 골목길 주택가에 납작 바위 앞에 가볍게 굿상을 진설하고 이번에는 김동언 무녀(부산시 기장 오구굿 보유자)가 주관하여 염씨 할매신을 모시는 중당굿을 연행하였다. ①부정물과 신칼을 들고 부정무가와 부정물림, ②부채와 신칼 들고 청배무가(양중들은 "아시자 모시자!”)와 주민들 굿상 청배, ③굿상에 절한 다음 명태와 부채를 들고 모름채장단에 토구름춤(굿상 보며 양손 앞으로 상하 흔들기, 오른쪽으로 방향 바꿔가며 사방에 양손 앞을 상하 흔들기, 왼쪽으로 돌며 양손 펴 어르며 돌기, 반대로 돌며 양손 펴 어르기, 굿상 앞을 향해 양손 앞으로 들고 잠시 멈추기, 몸을 잠시 떨며 앞으로 자빠지듯 토구름하기, 양손을 앞으로 펴 좌우 흔들기, 왼쪽돌기, 굿상에 절하기), ④명잔 복잔 돌리기(꽹과리를 접시삼아 술잔을 주민 대표에 주고 별비받기), ⑤소지종이를 태워 올리며 축원하기, ⑥사자밥주기(술을 뿌리고 과일과 떡을 한지로 싸 내려놓기), ⑦신명나게 "에루 지신아! 지신지신 울리자!”하며 지신밟기무가와 풍물을 치고 다시 길놀이로 용왕당으로 행진한다. 부두 가까이 바닷물 앞에 굿상을 차리고 양중들이 원으로 풍물을 치며 신명나게 치며 돈다. 김영숙 무녀(동해안별신굿 전수조교)와 김용택 양중(동해안 별신굿 보유자)이 장구를 치며 용왕님을 모시는 하당굿을 진행하였다. 먼저 무녀가 부정무가를 하면 양중은 "에헤 영정아!”하고 바라지소리를 한다. ①부정물 바가지를 들고 신칼을 좌우로 흔들며 사방을 돌며 부정을 물린다. ②무가를 마치면 멈췄던 꽹과리들이 빠른 장단을 치며 무녀는 신칼로 부정물을 찍어 사방에 뿌린다. ③신칼을 들고 한 바퀴를 돌아 굿상에 절을 하고 부정물을 밖에 버린다. ④부채와 수건을 들고 한 바퀴 돌고 왼쪽으로 한 바퀴 돌아 굿상에 절을 두 번 한다. ⑤청보무가를 하면 양중들은 "애시자 모시자!”로 받는다. ⑥무가를 마치면 양손을 들었다 내리며 절을 두 번한다. ⑦모름채장단에 굿상을 향해 명태 한 마리와 신칼을 들고 양손을 좌우 흔들며 춤춘다. ⑧전진후진에 이어 오른쪽으로 돈다. ⑨양중들을 향해 전진후진과 왼쪽으로 세 바퀴 돌며 점차 느려져 굿 앞에 향해 멈춘다. ⑩눈을 감고 있다가 앞으로 졸듯이 꾸벅 거리며 토구름을 한다. ⑪다시 흔들다 굿상 비껴 옆으로 오른발로 땅을 콱 밟으며 양손을 쫓는 시늉을 두 번 하고 토구름을 한다. ⑫돌아와 양중 앞으로 신칼을 휘돌리고 내리면서 제자리에 서면 장단이 멎는다. ⑬사설로 "오년마다 와서 용왕님네 오셔서... 선주들 여기서 절도 하고 하시지요” 하니 선주들이 와서 절을 한다. ⑭조무들에게 선주들 명잔 복잔을 주라고 하고 무녀는 소지를 한다. ⑮수부채장단에 수부무가를 하고 제물을 바다에 던져 뿌린다. ⑯양중들이"에루 지신아! 지신지신 울리자!” 하면 풍물을 치며 굿당으로 돌아와 신명나게 풍물을 치며 미지기, 오방진 등의 풍물진풀이를 하고 <당맞이거리>를 모두 마치고 골매기대를 앞세우고 제당으로 돌아와 마친다. <당맞이굿>에 나타난 춤은 내당굿에서 본격적으로 굿을 할 때와 달리 야외 마을굿터에서 연행하는 것으로 간략하게 굿내용이 축약되어 연행하므로 춤 역시 맛보기식으로 추었다. 내용상으로 부정춤, 청보춤, 거무춤, 토구름춤 등이 있었지만 간단하게 추었기 때문에 다음 연행되는 굿거리(*)에서 소상히 밝히기로 한다. *부정굿- 굿청의 잡귀잡신을 물리치고 부정한 것들을 정화시키는 굿거리이다. 앉은거리와 선거리가 있는 경북지역은 부정굿이 독립된 굿거리로 연행하나 경남지역은 독립적으로 굿거리로 하지 않고 <제주집안굿>이나 <당맞이굿>에서 선거리로 간단히 연행한다. *비손- 무당이나 개인이 혼자서 치성(致誠)을 드리는 행위로 '손을 모아 빈다'는 뜻에서 ‘손빔’이라고도 한다. 비손에서 비는 행위인 축원덕담(祝願德談)은 ' 비나리'라고 한다. 노래와 춤·공수, 여타 복잡한 형식이 뒤따르고 장구·북·징·피리 등의 잡이들이 수반되는 의례를 <굿>이라 한다면, <비손>은 가무없이 간단히 정성만을 올린다. 정초의 안택(安宅)과 10월 상달고사, 그리고 집안에 환자가 생겼을 때 등에서 비손을 많이 하며, 소박하게 청수를 떠놓고 빌거나 시루떡을 준비하기도 한다. *골매기(골맥이)- ‘골(谷)’과 ‘액운을 막다’, ‘마을을 수호하다’라는 뜻으로, ‘골맥이 서낭’, ‘골맥이 할배’라고도 하며, 주로 경상도의 마을굿에서 신앙의 대상이 되지만 동해안 지방에서는 각 마을의 신으로서 동제의 대상신이 되고 있다. 그래서 김씨 할배, 이씨 할매 등으로 성이 붙어 인격신의 형태를 띠며, 할배나 할매는 조부(祖父)나 조모(祖母)라는 뜻이 아니라 조상(祖上)이라는 의미로 나무, 바위, 당집 등에 신이 존재한다고 믿고 모시고 있으며 웃당(상당)과 아랫당(하당) 또는 중당이 있는 마을도 있다. 별신굿에서는 언제나 굿당을 깨끗하게 하는 ‘부정굿’을 한 다음에 ‘청좌굿’을 진행한다. 청좌굿을 무당들은 ‘골맥이 청좌굿’이라고도 부른다. 청좌굿은 마을 당신(堂神)인 골맥이를 굿당에 맞이하는 굿거리이다. *골매기대- 별신굿에 쓰이는 신대는 각종 신이 대를 타고 내린다는 내림대로, 굿청 문 앞에 댓잎이 달린 긴 장대에 희 지전을 매달은 것으로 신대(너름대는 작은 것), 골매기대, 천왕대(제관두루마기를 함께 매달음) 등으로 모양은 같으나 굿의 쓰임에 따라 기능과 명칭은 다르다. *토구름- 무속은어로는 ‘신이 노하다’라는 뜻이지만, 동해안별신굿에서는 세습무인 무녀가 거무춤을 춘 다음 굿당을 향해 어포와 수건을 들고 허리를 굽혀 움찔하거나 구르는 듯한 모습이나 발을 콱 밟아 구르는 시늉으로 강신무들이 접신하는 것처럼 몸짓을 하고 난 후 어포춤을 추고 축원하는 과정을 말한다. *별비– 제가집이나 주민들이 굿을 연행하는 무녀에게 복채로 직접 주는 돈(화폐)을 말한다. *굿거리-‘굿거리’라고 하면 흔히 ‘굿거리장단’을 생각하게 되지만 굿판에서는 굿의 진행과정에 신을 불러 축원하고 오고 오신하는 독립단위의 굿으로 ‘거리’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즉 신암별신굿에서의 ‘굿’은 ‘상위개념의 굿’이고 연행내용에서 말하는 ‘부정굿’, ‘청좌굿’, ‘문굿’, ‘세존굿’ 하는 것들은 ‘하위개념의 굿’으로 ‘부정거리’, ‘청좌거리’ 등으로 해석하면 된다. <문굿>으로 굿청을 열기 위해 서막을 알리는 ‘진풀이춤’, ‘밟이춤’, ‘놀이칼춤’, ‘짝춤’ <문굿(문당굿)>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문을 열어서 신을 맞이하는 것이다. 문굿을 연행하며 문을 활짝 여는 것은 신들을 인간 세계로 영접하는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무당들의 예능실력 과시와 마을사람들이 무당들의 실력을 엿보는 거리라고도 할 정도로 무당들의 군무와 함께 모든 악기의 연주로 인해서 굿을 여는 신명의 분위기를 창출하는 데도 의미가 있다. 진행상 <문굿>은 마을의 수호신(골매기)을 있는 서낭당, 용왕당 등을 길놀이를 하면서 찾아가 당맞이굿을 모두 마치고 풍물을 치면서 제당 앞에 당도하여 굿청의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에 문 앞에서 굿을 시작하는 의미의 굿거리이다.양중과 무당이 짝을 지어 짝춤을 추며 각각의 신들을 모시기 위해 문 앞에서 신명의 굿춤판을 벌이고 주민대표들이 문을 열어주면 굿청으로 들어가 내당굿(*)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다. 그래서 <문굿>은 내당굿을 하기 전에 모든 무당들이 함께 문밖에서 ‘밟이춤’(*)을 추는 것으로 시작된다. 양중들은 모두 농악기를 들고 풍물을 연주하고 무녀들은 놀이칼을 들고 춤을 춘다.11시 30분(85분간) 원양중(주바리지)(*)이 장삼(활옷과 유사한 색동옷)에 갓을 쓰고 장고를 메고 앞장서면 양중들이 쌍호적에 길굿장단을 치면서 원으로 돌 때 무녀들도 뒤를 따라 모두 흰 수술을 댄 놀이칼을 양손에 들고 좌우치기, 뿌리고 어깨얹기 등으로 ‘놀이칼춤’을 추며 돈다. 풍물의 ‘진풀이춤’으로 8자진, 오방진 등으로 돌면서 "얼씨구! 좋다!” 추임새를 하면서 신명나게 푸너리장단에 춤을 추다가 다시 원으로 서면 행진을 멈추고 ‘밟이춤’ 대무(對舞)가 시작된다. 원 안으로 들어간 원양중 김종희가 장구를 높이 쳐들고 김동연 무녀가 짝이 되어 조너리장단(*)에 짝춤을 춘다. 조너리장단은 장구보다 징이 잔가락을 많이 치며 박자를 주도하는 것으로 징가락에 춤은 춘다고 봐야한다. ①조너리장단에 원무녀는 놀이칼을 높이 들고 흔들면서 양중이 높이 처든 장고와 마주하면 서로 미지기(마주보고 전진후진)를 한다. ②장고를 얼굴 앞에 세워 들고 자리를 바꿔 각자 한 바퀴 돈 다음 다시 장고를 머리 위로 높이 들고 미지기로 함께 제자리로 물러난다. 즉 회전할 때는 장고를 세위 들고 전진후진할 때는 장고를 눕혀 하늘 높이 들고 춘다. ③이어서 그동안 구음소리만 하던 김동언 무녀가 문굿 무가를 부르면 다른 무녀들이 제자리에서 손만 흔든 다음 모두 원을 따라 흔들며 걸어 돌아간다. ④김영숙 무녀가 무가를 받아 소리를 하면 다시 원양중은 원 안으로 들어가 장단을 치고 원무녀는 놀이칼로 흔들며 마주보고 대무한다. 이때 밖에 있던 무녀들이 짝을 지어 등지고 좌우치기로 대무를 한다. ⑤장단이 빨라지면 원 안의 원양중은 장고를 밖에 내려놓고 들어와 원무녀와 서로 양팔을 펴들고 등지고 돈 다음 등지고 서서 같은 방향의 팔을 함께 들어 꺾고 반대 팔을 꺾어 들고 천천히 반복하다가 점차 빠르게 들고 점차 좌우치기로 흔든 다음 마주보며 잔걸음으로 돌면서 흔든다. 이때 원밖의 무녀들도 빠른 손신무관으로 춘다. ⑥술래잡기처럼 양중이 쫒고 무녀는 피하면서 춘 다음 무녀의 놀이칼을 양손으로 붙잡고 서로 돌고 반대로 돌고나서 멈춰서 양손을 늘어뜨려 좌우로 흔들다가 잡은 채로 서로 뒤집어 돈다. ⑦한 번 더 뒤집어 돌고 반대로 흔든 다음 뒤집기를 두 번 세 번 돈 다음 수술을 놓으면 무녀들 모두가 원으로 들어가 아주 빠른 손신무관을 추고 나간다. ⑧양중도 놀이칼을 들고 무녀가 한조씩 들어가 추고 나오면 다음 짝이 들어가 신명의 밟이춤을 한 번씩 춘다. 이때 추는 무관(舞冠, 춤사위)은 갈매무관, 돌머리무관, 겨드랑무관, 자치무관, 양사위치기무관, 도리깨무관, 까불무관, 비빔무관, 나비무관, 혼합한 손신무관 등을 춘다. 모두 한 번씩 추고나면 제당 문 앞으로 몰려간다. 문 안에 있던 마을 제관들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간청한다. 1분 더 신명의 춤을 추면 열어주겠다고 대답한다. 신명나게 추니 문을 열어주어 제당으로 들어간다. 제당 앞에 굿청에 서서 무가를 하고 절하기를 세 번 한 다음 부정물 가시기를 하고 버린다. 굿청 안 입구에 강신무인 손영만 남무가 신대를 잡고(원래는 마을의 강신무가 대받기를 하나 없어서) 김동언 무녀가 바라를 들고 작은 고사상을 차려놓고 대받이 고사를 지낸다. 마을의 제관들이 고사상에 절을 하고 무녀는 청보무가를 부른다. 점차 신이 오르면 대잡이가 신대를 바르르 떨면 신이 강림한 것이다. 신대를 들고 떨면서 마을 주민들을 머리 위를 스치고 양중들의 머리 위를 스쳐 지나 제당 밖에서 안으로 신대를 넣고 흔들면서 몸을 부르르 떨고 절을 하면 마친다. 이렇게 오전 일정을 마치고 점심 후에 굿을 이어간다고 알리며 마을에서 차린 식당으로 가서 납세미조림(가제미), 톳무침, 미역무침에 전분을 푼 시래기콩나물국 등 토속음식이 짜지 않고 맵지 않고 싱싱하여 맛있게 식사를 하였다. *내당굿과 외당굿: 동해안 남부지역에 주로 구성된 연행구조로 내당굿은 굿의 전반부에 해당하며, 굿당을 정화하고 신들을 좌정시키고 신과 인간과의 만남과정을 풀어낸다. 조상과 집안의 여러 신들에게 자신과 자손의 번창 풍요, 안녕을 기원하고 무당자신을 위한 굿도 연행된다. 외당굿은 굿의 후반부에 해당하며, 굿이 진행되는 마을 전체의 번창과 풍요, 안녕을 기원하는 성격 위주로 진행되며, 극적 성격도 강화되어. 바다, 산, 땅, 나라전체와 관련된 신위들을 중심으로 연행하여 굿 참석자들에게 흥미를 제공하기도 한다.*밟이춤- 문굿에서 무당과 양중이 짝을 지어 ‘진풀이춤’, ‘짝춤’, 또는 ‘집단춤’으로 마당밟이하는 춤.*양중(바라지)- 동해안별신굿의 악사를 말하며, 무녀의 굿을 반주하고 가의 선율을 받아서 응답하는 일(지역에 따라 만수받이, 살대답이라고도 함)를 ‘바라지’라고도 한다. 대개는 무녀와 양중이 부부로 같은 굿거리를 거행하고 반주한다. 이 때 중심 양중을 ‘원양중’, ‘주(원)바라지’라 하며 장구를 잡고 나머지는 ‘옆(약)바라지’로 징, 꽹과리, 바라를 잡는다.*조너리장단과 대너리장단- 문당굿과 장수굿에서만 사용되는 장단으로, 3소박 4장단인데 문굿의 밟이춤 대무에 연주하며 징의 뒤를 막지 않고 장고처럼 잔가락을 많이 처서 춤가락을 맞춘다. 대너리장단은 조너리장단과 박자는 같으나 큰 박만 징 뒤를 막아 치는 것이 특징이다. 신암별신굿의 굿거리 순서와 내용 별신굿 전야에 1.제주집 안굿, 첫날에 2.당맞이굿, 3.문굿, 4.가망굿, 5.세존굿, 6.도둑잡이, 7.제석굿, 둘째날 8.성주굿, 9.부인굿, 10.손님굿, 11.천왕굿, 12.대왕굿, 셋째날 13.대신굿, 14.심청굿, 15.황제굿, 16.군웅굿, 넷째날 17.걸립굿, 18.용왕굿, 19.장수굿, 20.월래굿, 21. 꽃・등・뱃노래, 22.거리굿으로 프로그램에는 기록되어 있었으나 실제 굿판에서는 무녀들의 사정에 따라 변동이 있었다.(프로그램에는 각 굿거리를 ‘굿’으로 표기하였으나 청신(請神)과 송신(送神)과정은 주로 굿당 밖에서 별도로 연행함으로 ‘굿’으로 표기하며, 굿당 안에서 연행하는 오신(娛神)과정은 내당굿과 외당굿의 하위개념으로 보아 ‘거리’로 바꿔 표기하기로 한다)1. 제주집안굿: 굿의 집사를 맡은 제주집의 가신(家神) 성주, 군웅, 세존, 조상님을 위한 굿거리2. 당맞이굿: 마을의 수호신을 모신제당을 돌며 신을 청해 오는 굿거리3. 문굿: 굿청 문을 열고 굿을 시작하는 굿거리4. 가망거리: 신령들의 근원(根源)을 관장하여 굿문을 열고 자손들의 명복을 기원하는 굿거리5. 세존거리: 아이의 출산, 명복, 재복을 관장하는 세존을 위한 굿거리,6. 도둑잡이: 마을의 재물을 보호하고 손재를 막기 위한 남무들의 놀음 굿거리7. 제석거리: 바람과 기후를 관장하는 제석을 위한 굿거리8. 성주거리: 집안의 수호신인 성주신을 모시고 가정의 평안을 비는 굿거리9. 부인거리: 각 가정에 효부와 열녀가 나오기를 기원하는 굿거리10. 손님거리: 천연두신인 마마신을 위한 굿으로 질병과 재액을 막기 위한 굿거리11. 천왕거리: 천왕신에게 마을 안가태평을 기원하는 굿거리12. 대왕거리: 각 대왕들을 위하고 청하는 굿거리13. 대신거리: 무당의 조상신인 대신을 위한 굿거리14. 심청거리: 심청설화를 서사무가로 구연하는 거리로 마을 주민들의 안질방지와 눈을 밝게 해달라고 기원하는 굿거리15. 황제거리: 환훤 황제에게 가축의 무병과 집안의 재복을 기원하는 굿거리16. 군웅거리: 군웅신에게 농사발복을 기원하는 굿거리17. 걸립거리: 무당의 무조신인 제면할머니를 위한 굿거리18. 용왕거리: 용왕신에게 해상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는 굿거리19. 장수거리: 여러 장수들의 위엄과 힘을 빌려 마을 액과 살을 막는 굿거리(놋동이를 입에 물고 장군신의 위엄을 보인다)20. 월래거리: 각 가정의 돌아가신 선대 조상을 위한 굿거리21. 꽃・등・뱃노래: 무구로 쓰인 꽃, 등, 배의 유래를 설명하고 송신의 의미를 담은 굿거리22. 거리굿: 남무의 일인극으로 잡귀 잡신들을 풀어먹여 보내는 굿거리 동해안 별신굿의 각 굿거리 연행의 기본구조와 변형구조 동해안별신굿의 각 굿거리는 대부분 연행의 6단계 기본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즉 ①푸너리장단의 푸너리춤으로 시작하여 부채와 수건춤을 추고 제당에 절을 하면 나면, ②청보장단에 청보무가를 부르면서 간간히 발림으로 청보춤을 춘다. ③무가를 마치면 무녀가 "우여차! 가망님네 놀고 씨고 가잔다!”라고 하면 양중들이 뒤를 받아서 괴성을 지르듯이 소리를 받으며 거무장단에 거무춤을 3장으로 ‘느진거무춤’(중모리형), ‘거무춤’(굿거리형), ‘당거무춤’(자진모리형)을 추고나면, ④어포(명태포)을 들고 모름채 장단에 토구름춤과 어포춤을 춘다. ⑤축원무가와 팔도민요, 가요 등을 부르고, ⑥사자풀이채(장단)에 술잔과 신칼을 들고 수부사자무가를 부르고 마친다. 그러나 변형구조는 첫째, 청보장단 대신 제마수장단으로 무가를 하는 <심청거리>, <세존거리>, <걸립거리>, <손님거리> 등 4가지는 긴 서사무가를 부르는 굿거리이다. 둘째, <조상월래거리>는 별신굿이 아니라 오구굿의 내용을 차용한 것으로 엇청보장단을 쓴다. 엇청보 1장은 푸너리를 친 다음에 시작하여 양중이 "이여어~얼씨구나!”라고 구음바라지를 하면, 이를 받아 무녀가 무가를 시작하며, 장구와 징 반주에서 징은 뒷면을 막고 나직이 친다. 셋째, 푸너리장단을 사용하지 않는 <도가집굿(제주집안굿)>, <꽃노래>, <뱃노래>, <등노래>, <대거리>가 있다. 넷째, 조너리장단과 대너리장단은 <문굿(문당굿)>, <장수거리>에서 쓰인다. <문굿>에서 무녀와 양중의 밟이춤의 반주장단이다. 오신(娛神)과정의 본격적인 굿거리의 시작 <가망거리>, <제석거리>, <세존거리> 청신과정을 마치면 이제 본격적인 오신과정의 굿거리가 연행된다. 오신의 첫 거리는 <가망거리>이다. 가망신은 무속에서 가장 근원이 되는 신령의 이름이다. <가망거리>는 신령들의 근원(根源)을 관장하여 굿문을 열고 신령과 인간이 만날 수 있게 하는 굿거리로 항상 큰 굿의 초반에 행하여진다. 굿당 밖에 가설한 식당에서 주민들(신암마을부녀회)이 마련한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니 13시 30분(90분간)에 <가망거리>가 시작되었다. 김동연 무녀(동해안별신굿 전수조교)와 김정희 양중(동해안별신굿 전수조교)이 굿을 연행하였다. 다음은 프로그램의 순서를 바꾸어 <제석거리>를 연행하게 되었는데 15시 7분(90분간)부터 홍효진 무녀(전수생)와 정연락 양중(전수조교)이 연행하였다. 제석신은 재복을 관장하는 신이며, 세존신은 아이의 잉태, 출산, 성장을 관장하는 신으로 모시고 있다. 흔히 제석과 세존은 같은 신으로 혼용하기도 하지만 동해안별신굿에서는 굿거리가 나누어져 있다. <제석거리>는 앞서 밝힌 6단계의 기본구조로 푸너리춤, 청보무가와 춤, 거무춤, 토구름춤, 어포춤, 축원민요, 수부물림 등으로 연행하였다. 이어서 <세존거리>와 <도둑잡이거리>는 16시 37분(165분간)부터 김영숙무녀(전수조교)와 김용택 양중(보유자)과 모든 양중들이 연행하였다. 오신과정에 나타난 굿거리에서 축원하는 신과 무가와 사설내용은 각기 다르지만 연행구조를 보면 앞서 밝힌 바와 같이 기본구조와 변형구조로 구분되어 있다. 특히 춤 관련에서는 굿거리마다의 유사성이 많아 각 굿거리마다의 구체적인 설명보다는 기본구조의 공통성과 연행자의 특수성을 감안해서 다음호에 종합적으로 정립하기로 한다. 또한 변형구조로 되어있는 <세존거리>는 그다음 호에 칠암별신굿에서 연행되는 내용과 통합 분석하여 춤의 형식을 제시하기로 한다. <성주거리>는 성주신을 모시고 해학적으로 풀어나간 다양한 ‘흉내춤’이 일품 <성주거리>는 집안의 수호신인 성주신을 모시고 가정의 평안을 비는 굿거리로, 성주는 집안의 대주를 지키는 신으로 인식되고 있다. 19시 22분 김동언 무녀와 김동열 양중이 주도한 성주거리는 집을 짓거나 이사를 하거나 복을 빌 때 부르던 성주풀이 내력을 굿판에 해학적으로 전개하였다. 먼저 푸너리춤으로 굿을 시작하여 청보무가로 이어지는 기본구조로지만, 내용면에서는 독특한 연행으로 굿판의 첫날 일정의 클라이맥스를 화려하게 장식하였다. 성주내력의 무가내용은 "이 동네 자손들 명을 주고 복을 주고 안가태평 부귀공명 시화연풍 국태민안 시킬 때 어느 가정에 성주가 없을까요? 집에 계시는 성주님네 대들보 대성주 천년성주 만년성주요 일도본당에 당상에 자리 잡고 계시는 대들보 대성주. 오늘은 성주를 고치고 성주를 자리 좌정시켜 붙이고 모시고 성주님을 모실 때 본이 어디고? 경상도 안동 땅 제비원이 본일레라. 제비원에서 솔씨를 받아 산천에 던졌더니 낮에는 볕은 받고 밤이면 이슬 받아 산신님네 북부도고 용왕님네 도움 받아 낙낙장송이 되었구나!...”로 이어진다. 계속해서 대목장의 톱질 흉내, 풀무질하는 소리와 동작, 입술을 데어 놀란 입과 눈 연기, 톱니벼르기와 물에 당금질 소리와 흉내, 톱질노래와 다양한 톱질소리 흉내 등으로 웃고 즐기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렇게 가꾸어 큰 재목으로 키워서 통나무 잘라 대들보 만들고 집을 지은 뒤 세간을 들여놓은 뒤 성주님을 모시고 풍요롭고 다복한 살림을 하는 모습을 묘사하는 것으로 되어있다.그리고 "우여차 성주님네 모시고 놀고 씨고 가자 으아!” 하며 거무춤을 추고 굿당 안으로 들어가 소지하고 합장 재배한 다음 명태포 뭉치를 들고 나와 모름채(휘모리형에서 단모리로 끝남)장단에 신칼과 어포춤을 춘다. 다시 굿당 안으로 들어가 어포를 내려놓고 한지로 된 성주신위를 막대 끝에 얹어 제관에게 대들보에 붙이게 하며 양손을 비비며 축원한다. 다시 시도하여 천장 벽에 붙자 성주님이 집안에 잘 붙었다고 양손을 흔들며 허튼춤을 춘다. 이어서 풍농을 기원하는 농부가를 부르면서 무녀들이 모두 나와 모내기 김매기 농사 흉내를 낸다. 또한 농악을 모방하는 춤으로 꽹과리로 버꾸춤 흉내(농악기를 굿판에 사용할 수 없어 반주악기인 쇠로 대신함), 신칼을 머리에 대고 신칼의 지전을 흔들면서 상쇠 부포춤 흉내, 부채에 수건을 매어 흔들면서 상모춤 흉내를 내며 농악의 흥겨움과 풍년을 기원한다. 주민들 앞으로 나와 이제 성주님의 덕으로 집안이 평안하니 다음은 풍년들기를 기원한다면서 농부가를 부르면 다른 조무들이 나와 함께 돌아가며 부른다. 꽹과리로 소고춤 군무로 흉내(농악기를 굿판에 사용할 수 없어 반주악기인 쇠로 대신함)로 소고 기본치기로 돌기, 소고 발찍고 제자리돌기, 안쪽보고 앉아 땅 찍고 치기, 원으로 돌며 앉자 땅 찍고 발차며 돌기 등으로 소고춤을 춘다. 다음에 독무로 홍효진 무녀가 부채 끝에 수건을 두 개를 이어 매달아 손으로 들고 채상 상모춤 흉내로 수평 휘돌리며 돌기, 제자리에서 좌우로 뛰며 좌우∞자 돌리기, 앞뒤로 뛰어나갔다 물러나며 휘돌리며 앞으로 꺾기, 앉았다 뛰며 휘돌리기, 제자리에 빠르게 앉았다 일어서며 휘돌리기로 마무리 한 다음 휘돌리며 원으로 돌다가 맴돌이춤을 뱅글뱅글 돈다. 이어서 다시 12발 상모 흉내춤으로 천천히 긴 12발 상모를 천천히 돌리며 원을 크게 돈 다음 제자리에서 크게 흔들다가 앉으며 돌린다. 앉아서 돌리기, 좌우로 ∞자 돌리기, 옆쪽으로 누어돌리기와 반대쪽으로 바꿔 돌리기, 박수치기 유도하기, 귀 뒤에 손을 대고 박수소리 크게 나는지 확인하기, 일어나서 좌우치기, 맴돌이로 빨리 돌리기, 다시 ∞자 돌리기, 인사하기로 마무리 짓는다. 김동언 무녀가 꽹과리를 들고 나와 다양한 상쇠가락을 친 다음 상쇠잡이들의 춤을 흉내 낸다. 이어서 축원민요로 "노세노세! 젊어서 노세!”로 창부타령 등 여러 민요를 부르고 가요도 부른다, 마지막 축원무가를 부르고 빠른 수부채가락으로 술잔을 들고 수부물림으로 마친다. 오전 10시부터 시작한 신암별신굿이 저녁 10시가 되어서야 첫날 굿 7거리를 마쳤다. 인구 1000명이 산다는 아담한 어촌마을에 5년마다 열리는 풍어제에 온 마을 사람들이 동참하고 있다. 물론 굿판에 동참하는 이들이 마을의 할머니와 주부들이 절대적으로 많다. 그러나 찬조금을 내어 줄에 걸려있는 찬조자들은 거의 남자들이고 마을의 이장과 제관, 노인회장 등 직책으로 참여한 이들도 대부분 남자들이다. 부녀회에서 가설식당을 차려 온종일 무당들과 주민들과 각지에서 연구차 찾아온 학자와 연구자들이다. 겨울의 끝자락이지만 아직 추위와 바닷바람을 견디며 굿당 앞에서 연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굿판과 구경판을 조립식으로 천막과 단열바닥판과 난방시설과 음향시설 등 닷새 동안의 축제를 불편 없이 연행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였다. 놀라운 것은 굿거리마다 주민들이 무녀의 가슴 띠에 꽂아주는 별비가 생각보다 많았는데 만원권들로 띠가 미어질 정도였다. 할머니들, 주민대표, 주부들이 수시로 동참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축원해주는 감사의 뜻으로 별비를 내는 마음들이었다. 풍어제의 의미를 가진 별신굿이며 가정의 평안과 마을의 안녕을 비는 마음들이 모여서 신명의 굿판이었고 행복한 놀이판이었다. 다음 호에는 둘째날과 셋째날의 굿거리 내용을 살피고 기본구조의 ‘푸너리춤’과 ‘거무춤’에 대한 집중분석으로 춤의 연행구성을 최초로 정리하며, 변형구조의 굿거리의 특수한 춤들도 고찰하기로 한다.
-
김숙자 명무의 도살풀이살煞을 푸는 민속무용의 일종으로 경기도도당굿의 영향을 받은 살풀이춤을 가리키는데 주로 김숙자金淑子류의 살풀이춤을 지칭한다. 도살풀이춤은 경기도도당굿에 대한 김숙자의 탁월한 해석력을 바탕으로 새롭게 양식화된 무속계통의 전통무용이다. 김숙자는 자신만의 개성 있는 춤기법을 정리하여 무속계통의 전통무용 유파를 형성하였다. 경기도도당굿에서는 각 거리마다 연주되는 도살풀이장단에 맞추어 무녀가 소리를 하며 부채와 방울 등무구巫具를 들고 어정거리며 춤을 춘다. 특히 경기도도당굿 12거리의 마지막 의식에서도 춤을 추는데 이 춤을 도살풀이춤이라 부른다. 그러나 경기도도당굿에서 추는 도살풀이춤은 의식적儀式的인 성격이 강해 단순한 춤사위를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이어서 이를 무용으로 양식화했다고 볼 수 없다. 이에 반해 김숙자류의 도살풀이춤은 경기도도당굿의 무속적 특성들이 전통무용의 내외적內外的 형식미로 양식화되어 있어 전통무용의 범주에서는 이를 ‘도살풀이춤’으로 인식하고 있다. 매헌 김숙자(梅軒 金淑子: 1926-1991)는 화성 재인청 출신인 부친 김덕순에게 무속에 담겨있는 가무악을, 모친 정귀성에게 무속전반을 배웠다. 세습무가 출신인 김숙자의 경기도당굿시나위춤에 특징적 요소는 경기도 지방에 전승되어 온 경기도당굿에서 화랭이와 무녀가 추던 의식무 성격의 춤을 발전시켜 전통무용으로 재창조한 것이다. 따라서 김숙자의 춤들은 원래 경기 도당굿 굿판에서 추던 무속춤이었지만 재창조와 전승과정에서 무대화되고 예능화된 대표적인 무속 계열의 춤이다. 부친 김덕순과 모친 정귀성으로부터 김숙자에게 전승되어진 경기도당굿시나위춤과 경기류 민속춤은 현재 그의 제자 이정희를 통해 명맥이 유지되고 있으며 이정희의 제자 한수문 등으로 전승되고 있다.
-
(14) 국내춤기행, 동해안 별신굿, <세존굿> ‘중춤’은 전통춤 ‘승무’와 연관성이 있을까?'세존거리'의 중춤 한국의 굿에서 불교적인 연관성을 지닌 굿거리는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진도씻김굿의 <제석거리>, 서울·경기도당굿에서 <불사거리>, <제석거리>, 황해도굿의 <제석거리>, <칠성거리> 등이 고깔을 쓰고 불교적인 의식을 연행한다. 동해안별신굿에서는 <제석거리>와 <세존거리>가 있다. 제석신은 재복을 관장하는 신이며, 세존굿은 고깔을 쓰고 ‘중춤’을 추고 ‘바라춤’을 추지만, 아이의 잉태, 출산, 성장을 관장하는 신으로 모시고 있어 명칭과는 달리 많이 변이된 내용으로 전개된다. 또한 흔히 제석과 세존은 같은 신으로 혼용하기도 하지만 동해안별신굿에서는 굿거리가 나누어져 있다. 제석거리의 연행구조는 6단계의 기본구조로 푸너리춤, 청보무가와 춤, 거무춤, 토구름춤, 어포춤, 축원민요, 수부물림 등으로 연행하였다. 세존거리의 연행은 변형구조로 되어 있어 연행이 조금 다르다. 푸너리춤에 이어 제마수장단의 당금애기 서사무가와 춤(1시간30분), 드렁갱이와 삼오동(삼오장)장단에 중춤, 바라춤을 추고 마쳤다. 세존거리는 변형구조로 되어 있어 연행이 조금 다르다. 부채와 고깔을 들고 푸너리춤에 이어 제마수장단의 당금애기 서사무가와 춤(1시간30분), 드렁갱이와 삼오동(삼오장)장단에 중춤, 바라춤을 마친다. 이어서 무악이 계속되는 동안 무언극을 한다. 노승이 부채를 쥐고 자다가 긴 하품을 하고 이를 잡아먹는 시늉, 양치질과 세수하고 화장하기, 거울보기 허리띠 풀어 짚신 엮기를 한다. 무언극이 끝나면 무녀는 일어나서 다시 빠른 춤을 추다가 바라(제금)을 들고 춘다. 특히 ‘중춤’은 <세존거리>에서만 추는 춤이다. 이번 신암별신굿에서 세존거리는 원로 무녀 김영숙 무녀와 김용택 양중이 연행하였는데 연행내용을 구체적으로 서술하면 다음과 같다. 무녀가 당금애기 무가를 마치고 활옷과 고깔을 쓰면 양중들이 드렁갱이장단으로 빠른 분위기를 바꾼다. ①무녀는 활옷장삼자락을 좌우로 뿌리면서 왼쪽으로 한 바뀌, 오른쪽으로 한 바뀌 돈다. ②앞을 향해 엎드려 한동안 꿈쩍하지 않고 마치 승무의 복무(伏舞)처럼 움직임이 없이 부동자세이다. ③ 양중이 삼오동 1장단(♩×5×3박 -첫박 1징)에 "중아 중아 너 어디~”하고 사설무가를 하면 무녀는 몸을 꿈틀이며 고개를 조금씩 흔든다. ④ 엎드린 채 장삼을 한 팔씩 돌려 머리 위로 올렸다 내리고 좌우로 흔든다. ⑤ 다시 좌우로 장삼을 흔들어 머리 위로 한 팔씩 얹어 모은다. ⑥ 삼오동 2장단(8박중 1,2,3,5박-불규칙적 징)에 고개를 약간 들고 다시 한 팔씩 휘감아 모리에 얹었다 내리고 양팔을 좌우로 ∞자로 흔든다. ⑦ 고개를 들고 다시 한 팔씩 돌려 머리 뒤로 얹었다 내리고 반대 팔로 반복한 다음 양팔을 동시에 휘저어 머리에 얹었다 내리기를 반복한다. ⑧ 일어서서 장삼을 휘저으며 왼쪽으로 450도 돌아 우측방향을 향해 앉아 한 팔씩 흔들어 얹었다 내리고 양팔 동시에 흔들어 얹고 뿌린다. ⑨ 일어서서 양팔을 흔들며 오른쪽으로 540도 돌아 좌측을 향에 앉아 반복해서 한 팔씩 흔들고 얹고 양팔을 흔들 뿌린다. ⑩ 다시 일어서서 오른쪽으로 돌며 오른팔을 들어 뿌리고 왼쪽으로 돌며 왼손 뿌린다. ⑪ 장삼을 좌우로 크고 빠르게 흔들며 앞을 향해 전진후진 하면 삼오동3장단(빠르고 규칙적 징)에 좌우치기, 상하치기, 감아치기로 빠르게 흔든다. ⑫ 뒤로 돌아 굿당을 향해 좌우치기, 감아치기, 몰아치기, 비빔무관, 도리깨무관 등 손신무관으로 빠르게 뛰며 다양한 손춤을 춘 다음 천천히 왼쪽으로 돌아 장삼을 서서히 흔들고 앉는다. ⑬ 두나백이장단(징을 2번씩)에 앉아서 하품을 하며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가만히 있다가 머리를 끄덕끄덕 흔든 다음, 부채를 내리고 있다가 다시 머리를 끄덕끄덕 흔들며 존다. ⑭ 양치질 시늉과 물을 손으로 떠 입에 넣고 입 헹구기와 품기 두 번 시늉. ⑮ 세수하고 비듬 털고 머리 다듬기 ⑯ 부채거울 보며 얼굴 매무새 하고 좋다고 끄덕이기 ⑰ 가슴 띠를 앞으로 돌려 낸 다음 발가락에 끼고 엮어 짚신삼기 시늉 ⑱ 장단을 멈추게 하고 제주를 불러 발에 맞춰 보이고 짚신값을 부채에 받는다. ⑲ 두나백이2장단에 굿당을 향해 장삼을 흔들며 두 바퀴 돌아 굿당을 향해 절을 하고 마친다. ⑳ 장단이 멎으면 활옷을 벗는다. 이어서 양중이 장고만 치면서 "나무아미타불 원왕생 왕생~어떤 스님 꽝새들고 어떤 스님 죽비들고 어떤 스님 바라들고~” 하면서 염불소리를 하면 활옷을 벗고 고깔을 쓴 채 쾌자와 가슴띠 매무새를 다듬는다. 다시 굿거리장단으로 꽹과리, 징, 장고, 태평소가 합주하면 무녀가 손춤을 춘다. 왼손 들고 오른손 뒷짐지고 제자리에서 지숫고 반대로 지숫고 전진하였다가 왼쪽으로 돌아 굿당을 향하여 양손을 천천히 흔들며 허튼춤을 춘다. 다시 천천히 오른쪽으로 한 바퀴 돌아 양손을 들어 흔들다가 내려 앞뒤로 여미고 제자리에서 어른다. 다시 좌우세로 천천히 흔들고 전진하였다가 왼쪽으로 돈다. 덩덕궁이장단으로 빨라지면 팔을 들고 자진 허튼춤을 추며 돌고 제자리에서 어르고 좌우세를 한 다음 바라 앞에 엎드려 좌우로 팔을 흔든다. 바라를 쥐고 앉은 자세에서 고개를 들고 양팔을 벌려들고 바라만 휘돌리고 한쪽씩 바라를 휘돌린다. 바라를 친다. <세존거리>와 연행하는 <도둑잡이거리>의 희극적인 재담과 ‘병신춤’ 마을 제관을 불러 ‘상제’라고 칭하며 뒤에 앉힌다. "명밥도 먹이고 복밥도 먹입시다. 우리 상제 명과 복을 받게 해주어야 하는데 일어나 먼저 춤을 추어야 복 받으니 춤을 추세요.” 자진모리를 치나 제관이 허튼춤을 덩실덩실 춘다. 무녀가 쓰고 있던 고깔을 벗어 씌워주며 고깔값을 받는다. 이어서 활옷도 입히고 중바랑도 어깨에 걸치고 꽹과리를 주고는 마을에 가서 시주해 가지고 오라고 주민들에게 보내고 중염불을 부른다. 꽹과리에 시주돈을 모아오면 염불축원을 마친다. 양중이 "시주 해왔다! 거기 앉으소!” 해놓고 "이 동네 도둑났다!” 하면 양중대표가 나와 <도둑잡이>를 진행한다. 이처럼 양중들이 굿거리 중간에 희극적인 놀이로 주민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을 ‘곤반’이라고 한다. <도둑잡이거리>는 마을의 재물을 보호하고 손재를 막기 위한 남무들의 놀음거리로 세존굿에 이어 연행하기에 <세존곤반>이라고도 한다. 도둑잡이에 나오는 반주는 기악합주로 굿거리, 휘모리, 단오리이며, ‘병신춤’에는 타령장단을 연주한다. 18시 50분 먼저 양중대표가 등장하여 "났다 났다. 신암리 대동에 중도둑이 났다. 우리 얼사촌부터 불러보자. 부산의 칠암리에 사촌아! 서울에 사촌아!.....”하면 반주하던 양중이 하나 둘씩 앞으로 나오고 장고와 징 반주자만 남는다. 다함께 창부타령을 돌아가며 노래한다. "자! 도둑 잡으러 가자! 중아!”하고 주민들이 구경하는 장내로 모두 퍼져나가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양중 하나가 징채를 들고 앉아 있는 중 앞에 절하듯이 물구나무 서다가 털썩 엎드린다. 일어나 병신춤을 춘다. "도둑잡다가 병신됐다!” 양발 ‘안짱다리춤’, 징채를 흔들며 ‘곰배팔이춤’을 춘다. 다른 양중이 징채로 중의 고깔을 쳐 벗겨버린 다음 엎드려 절을 하다가 일어나 안짱다리와 ‘뻗정다리춤’을 춘다. "풍 맞았다. 한방에 가서 침 맞아야 된다!” 또 다른 양중이 중 앞에 물구나무서기로 절을 하다가 일어나 ‘얼굴병신춤’으로 ‘할개눈춤’과 ‘합죽볼춤’로 표정연기를 하면서 ‘어깨삐뚤춤’을 곁드린다. 또 다른 양중이 징채를 받아 주민들 앞으로 뛰어가 넙죽 엎드려 물구나무서기로 절을 한 다음 ‘곱추춤’을 추며 시주돈을 달라고 한다. 계속해서 양중들이 차례로 시줏돈을 받아오면 중한테서 바랑을 받아 들고 나와 도둑맞은 물건을 하나씩 꺼내며 "아이고! 큰일 났다!” 하면서 쌀 헹구는 조리를 꺼낸다. "이건 절의 은저다!” 조리를 중의 고깔을 벗기고 어깨에 얹힌다. 이번엔 "길다!” 하면서 밥주걱을 꺼내들고 "절간 똥간에서 밑 닦은 것이다.” "아니다. 은박주 놋박주다” 다시 중의 어깨에 얹는다. 이번엔 바랑에서 물바가지를 꺼내 머리에 씌운다. 사과를 꺼내어 천도복숭아라고 하며 노인회회장 주라고 전한다. 귤을 꺼내 이건 알이다. 홍두깨를 가까스로 꺼내들고 갖은 재담들을 늘어놓으면서 굿판을 웃음바다로 만든다. 다시 바랑에 주어 담아놓으면 무녀가 나와 술비소리를 하면서 중을 춤추게 하고 활옷을 벗게 하고 굿당에 재배하게 하고 마친다. 무녀가 수부잔을 굿상에서 들고 나와 사자풀이채에 맞춰 수부물림소리를 하고 술잔을 굿당 밖에 뿌리고 마친다. <세존거리>의 ‘중춤’과 전통춤 ‘승무’, 탈춤 ‘노장춤’의 근원성이나 연관성 이번 동해안별신굿 기행에서 필자가 주목한 굿은 <제석거리>와 <세존거리>였다. 그것은 우리 전통춤의 백미(白眉)라고 일컫는 ‘승무’와의 연관성이 있을까하는 문제였다. 승무는 춤사위의 멋과 춤가락의 흥을 고루 갖춘 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무의 기원이나 유래에 대하여 아직까지도 입증자료나 변천과정을 실증적으로 제시하지 못한 실정이다. 승무의 유래에 대하여는 불교의식무 기원설과 지족선사를 파계시킨 황진이의 무용설, 파계승의 번뇌에서 기원한다는 설, 김만중의 소설 구운몽 설, 그리고 가면극의 노장 과정에서 유래한다는 설 등 그 기원설이 구구하나 어느 것이 확실하다고는 단정하기가 쉽지는 않다. 승무와 불교의식무의 법고춤은 그 기법이 같고, 승무의 춤사위 구성이 불교의식무의 춤사위들과 관련 있다는 점, 반주음악이 염불로 시작되는 점, 몸과 발의 놀림, 장삼을 사용하는 법 등으로 승무가 불교와 법고춤에서 그 기원을 이루었으나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숭유억불 정책에 영향을 받아 종교예술에서 민간예술 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하였고, 이렇게 민간예술로 자리잡아가며 점차, 승무는 변천과정을 거쳐 조선조 말에 이르러 하나의 예인춤으로 독립하게 되었다. 갖가지 형태로 발생되어지는 것이 전통예술의 특질이기 때문에 어느 것으로부터 기원되었으며, 그 최초의 형태는 무엇이었으며, 또 어떻게 변모되어 왔는가를 단정짓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상과 같은 불교의식무 기원설이 가장 설득력이 있지만, 어떻게 하여 기원과는 전혀 다른 예인춤의 대표작으로 자리잡게 되었는지의 전이과정을 밝혀야 할 과제가 남는다. 굿은 아주 오랜 한국역사 속에서 한국인들의 삶 속에 전승해온 춤으로 승무의 전승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이나 연관성이 있나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였다. 특히 승무의 시작에서 보이는 복무(伏舞)와 같은 중춤의 시작, 고개들고 장삼춤, 일어서서 추는 장삼춤 등의 춤사위의 유사성, 제석거리와 세존거리라는 불교관련 명칭, 고깔을 쓰고 장삼을 입은 무복과 무구 등에서 승무와의 유사성도 보이기 때문이었다. 한편 한국 탈춤에 나타난 파계승들의 노장춤의 춤사위 구조와도 유사성이 많았다. 노장춤에서도 복무와 고개 들고 장삼춤, 일어서서 소무들 향한 장삼춤들과 세면하는 무언동작까지도 세존굿의 중춤과 무언춤이 상호간 유사성이 많은 것은 단순한 우연을 뛰어넘는 연관성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 동해안별신굿 춤기행에서 가장 많이 떠오르는 것은 1976년 10월17일, 제7회 동해안 무속무용발표회, 서울예술고등학교 강당에서의 굿판이었다. 그러니까 40년 전으로 돌아가 고 정병호(중앙대, 춤평론가)교수가 조직한 한국전통춤연구회가 전국의 전통춤 명인과 민속단체를 초청하여 서울무대에 소개 시키던 작업에 함께 참여하면서 봤던 당시 김석출 일가가 보여줬던 동해안별신굿의 면모와 전승을 다시 재현하는 굿판이라서 감회가 새로웠다. 고 김석출과 그 가족들 중에 큰 따님인 김영희 보존회장이 이제는 고령의 보유자가 되었고, 둘째와 셋째 딸과 손자 내외 세대가 굿의 주역을 맡고 있는 것도 새로웠지만, 특히 오래 전일이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굿거리는 역시 세존거리였다. 당시에도 전통춤 ‘승무’와 탈춤의 ‘노장춤’의 춤사위와 마임춤들의 유사성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데 이번 굿판에서도 똑같은 감흥을 느꼈던 것이다.
-
국립극장 새 시즌 레퍼토리 프로그램 공개국립극장은 19일 광화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3-2024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이하 2023-2024 시즌)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오는 9월 1일부터 2024년 6월 30일까지 304일간 신작 24편, 레퍼토리 9편, 상설공연 14편, 공동주최 13편 등 총 60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국립극장은 2012년부터 1년 단위의 공연 프로그램을 미리 기획해 공개하는 레퍼토리시즌을 운영해 왔다. 국립창극단‧국립무용단‧국립국악관현악단 3개 전속단체의 도전적인 신작 개발과 완성도를 높인 재공연으로 레퍼토리를 쌓은 국립극장이 12번째 시즌을 맞이한다. 2023-2024 시즌에는 그간 축적해 온 명품 레퍼토리들이 전면에 포진해 있어 제작극장으로서의 면모와 레퍼토리시즌의 성공적 안착을 방증한다. 개막작은 국립국악관현악단 관현악시리즈Ⅰ '디스커버리'(9월 1일)다. 여자경 지휘자의 시선으로 국악관현악 명곡을 새롭게 탐미하는 무대다. 국립창극단은 판소리의 깊은 멋을 담아낸 '심청가'(‘23년 9월 26일~10월 1일), 경극을 품은 창극 '패왕별희'(11월 11~18일), 셰익스피어 비극을 우리 언어와 소리로 풀어낸 '리어'(3월 29일~4월 7일) 세 편이 돌아온다. 2013년 초연 후, 국내외의 찬사를 받은 국립무용단 대표 레퍼토리 '묵향'(‘23년 12월 14~17일)은 25번째 재공연을 앞두고 있다. 사군자를 소재로 정갈한 선비정신을 수묵화처럼 표현한 작품이다. 국립창극단 신작 '만신 : 페이퍼 샤먼'(‘24년 6월 26~30일)은 판소리와 무속음악, 한지와 종이접기가 어우러져 한국적 미학을 집대성하는 무대다. 음악감독‧연출가‧배우로 활동하는 박칼린이 연출하고, 대명창 안숙선이 작창한다. 이 밖에도 판소리의 깊은 멋을 담아낸 ‘심청가’, 경극을 품어낸 창극 ‘패왕별희’, 셰익스피어 비극과 우리 소리가 만난 ‘리어’가 재공연을 앞두고 있다. 명창들의 명품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완창판소리’는 총 7회에 걸쳐 관객들과 만난다. 김수인, 조유아가 ‘절창Ⅳ’의 주인공으로 나선다. 국립무용단 신임 예술감독 김종덕이 안무하는 신작 '사자(死者)의 서(書)'(‘24년 4월 25~27일)는 티베트의 대표적인 불교 경전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삶과 죽음, 인간 존재를 반추한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틀을 깬 형태의 공연으로 관객에게 가깝게 다가간다. 관현악시리즈Ⅱ '관현악의 기원'(11월 26일)은 관객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몰입하는 이머시브 공연이며, 야외 음악회 '애주가(愛酒歌)'(‘24년 6월 1~2일)는 우리 음악과 전통 술이 함께하는 색다른 시간이다. 남산에 자리 잡은 지 50년을 맞은 국립극장은 이번 시즌, 창의적 협업의 중심지로서 국내외 예술 단체들과 함께 문화적 포용성‧다양성을 실현하고 열린 문화공간으로 변화해 앞으로의 50년을 준비한다. 국립극장 2023-2024 시즌은 지난 11회의 시즌 운영으로 축적된 3개 전속단체 명작 레퍼토리들을 총망라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국립창극단은 관객에게 사랑받은 세 편의 작품을 더욱 탄탄해진 내공으로 선보인다. 연출가 손진책과 대명창 안숙선이 완성한 '심청가'(9월 26일~10월 1일)는 격조 높은 판소리의 멋과 정제된 무대미술의 조화를 보여준다. 손끝으로 세상을 표현하는 경극과 소리에 우주를 담아내는 창극이 만난 '패왕별희'(‘23년 11월 11~18일)는 웅장한 대서사시를 선사한다. 셰익스피어 비극을 우리 소리로 풀어낸 창극 '리어'(‘24년 3월 29일~4월 7일)는 배삼식의 극본에 한승석과 정재일의 음악, 정영두의 연출이 더해져 깊은 여운을 전한다. 2013년 초연 후, 국내외에서 찬사를 받은 국립무용단의 대표 레퍼토리 '묵향'(‘23년 12월 14~17일)도 4년 만에 돌아온다. 매·난·국·죽 사군자를 소재로 정갈한 선비정신을 한 폭의 수묵화처럼 담아낸 작품으로, 국립무용단 전 예술감독 윤성주가 안무하고, 디자이너 정구호가 연출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관현악시리즈Ⅰ '디스커버리'(‘23년 9월 1일)를 통해 여자경 지휘자의 시선으로 국악관현악 명곡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해 본다. 여자경은 현재 대전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활동 중이다. 관현악시리즈Ⅲ '한국의 숨결'(3월 29일)은 한국적 색채의 합창곡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무대다. ‘시조’와 ‘칸타타’를 결합한 이영조의 ‘시조 칸타타’, 시대의 석학 이어령이 조감한 우리 민족 이야기를 가사로 품은 ‘천년의 노래, REBIRTH’를 들려준다. 뛰어난 작품성으로 국내 관객을 사로잡은 3개 전속단체 레퍼토리는 세계무대까지 진출한다. 국립창극단의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은 8월 9일부터 11일까지 세계적인 예술축제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EIF) 무대에 오른다. 에우리피데스의 동명 희곡을 바탕으로 배삼식이 극본을 쓰고, 싱가포르 연출가 옹켕센이 함께한 작품이다. 2016년 초연 이후, 싱가포르예술축제, 영국 런던국제연극제, 네덜란드 홀란드 페스티벌, 오스트리아 빈 페스티벌, 뉴욕 브루클린음악원 등 해외 유수의 무대에서 극찬을 받았다. 국립무용단 '묵향'은 국내 공연에 앞서 캐나다 오타와 국립예술센터(10월 10일)와 미국 워싱턴 케네디센터(10월 18일)에서 해외 관객과 만난다. 한국‧캐나다 수교 60주년과 한국‧미국 동맹 7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펼쳐지는 공연이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한국‧카자흐스탄 상호문화교류의 해를 기념해 진행되는 '한국‧카자흐스탄 전통문화축제'(9월 23일)에서 우리 음악의 매력을 가감 없이 들려준다. 국립극장 3개 전속단체는 2023-2024 시즌에도 거침없는 도전 속에 깊이를 더해가는 신작을 선보인다. 국립창극단 신작 '만신 : 페이퍼 샤먼'(‘24년 6월 26~30일)은 무녀의 삶을 통해 인간사 희로애락을 노래하는 작품으로, 판소리와 무속음악, 한지와 종이접기가 어우러져 한국적 미학의 정수를 관통한다. 음악감독과 연출가‧배우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박칼린이 연출하고, 대명창 안숙선이 작창한다. 국립무용단 신작 '사자(死者)의 서(書)'(‘24년 4월 25~27일)는 김종덕 신임 예술감독이 취임 후 선보이는 첫 안무작이다. 관현악시리즈Ⅱ '관현악의 기원'(‘ 11월 26일)은 무대와 객석의 구분을 뛰어넘은 관객 참여형 이머시브 공연으로, 장소 기반 퍼포먼스 및 전시를 선보여 온 서현석이 연출한다. 우리 음악과 전통 술이 함께하는 야외 음악회 '애주가(愛酒歌)'( 6월 1~2일)에서는 오늘날의 풍류를 느껴본다.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대표 레퍼토리 '심청가'(9월 26일∼10월 1일), '패왕별희'(11월 11∼18일), '리어'(2024년 3월 29일∼4월 7일), '묵향'(12월 14∼17일)도 무대에 오른다. '묵향'은 이번이 25번째 공연이다. 또 장애·비장애인 예술가가 창의적으로 협업해 박지리 작가의 동명 소설을 무대에서 선보이는 '합★체'(9월 14∼17일), 음악극 '나는 재미있는 낙타예요'(12월 6∼10일), 음악회 '2024 함께, 봄'(2024년 4월 13일), 여성 농인 배우가 레이디 맥베스를 연기하는 연극 '맥베스'(2024년 6월 13∼16일)와 해외초청작인 밀로 라우의 연극 '에브리우먼'(2024년 5월 10∼12일) 등을 선보인다. 국립무용단이 지난 3년간 이어온 '홀춤' 시리즈를 집대성한 '온춤'(9월 1∼3일), 조선시대 화가 안견의 '몽유도원도'에서 영감을 받은 안무 '몽유도원무'(2024년 6월 28·30일) 등이 공연된다. 박인건 극장장은 "새 시즌 60편의 작품 중 신작은 총 24편이 오른다. 박인건 극장장은 "국립극장의 위상에 걸맞게 기존보다 공연을 10~20% 늘리려 한다”면서 "문턱도 낮춰 많은 분이 참여할 수 있는 국립극장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
여우락 페스티벌 개막작 ‘불문율’, 신선!전통 음악과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함께 과감한 실험과 도전을 펼치는 국립극장 대표 여름 음악 축제 ‘여우락 페스티벌’이 2023년 6월 30일부터 시작되었다. ‘축제하는 인간(Homo Festivus)’을 주제로 공연 총 12편을 선보이게 된 이번 여우락의 포문을 여는 개막작, 전통 예술의 매력과 가치를 재발견하는 무대 ‘불문율’을 관람하였다. ‘불문율’은 판소리 명창 윤진철과 동해안별신굿 명인 김동언이 판소리 강산제 ‘심청가’와 동해안별신굿의 ‘심청굿’을 번갈아 주고받으며 우리의 대표 고전 ‘심청’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공연이다. 11살에 소리를 시작해 최연소 판소리 무형문화재에 오른 윤진철 명창과 고(故) 김석출의 셋째 딸로 태어나 9살부터 굿판에 선 김동언 명인, 두 대가가 한자리에서 만난 이 공연은 판소리와 굿은 한 무대에 오르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불문율을 깼다는 점에서 공연 전부터 많은 관심과 기대를 모았다. 전통 예술의 맥을 이어 온 명인들에 대한 존경심을 담아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다는 이 무대는 일생을 바쳐 각자 다른 길에서 최선을 다해 전통의 길을 닦아 온 두 명인이 한 무대에서 무엇이 같고 다른 ‘심청’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지, 어떤 식으로 화합하며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나갈지 큰 기대를 품고 무대를 감상하였다. 둥그런 원형으로 이루어진 아늑한 하늘극장 작은 무대의 왼편엔 굿 반주를 위한 꽹과리와 징, 장구가, 그리고 오른편엔 소리북이 놓여 있었다. 지금까지 많은 국악 공연을 봐 왔지만, 한 무대에 소리북과 굿 반주용 타악기가 함께 놓여있는 모습은 본 기억이 없다. 왠지 모르게 이질적이고 어색하면서도 새롭고 신선한 그 장면에 가슴이 뛰었고, ‘판소리와 굿은 한 무대에 오를 수 있다.’는 새로운 명제를 마주한 벅참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판의 기운을 쥐락펴락하는 이 시대 최고의 무녀 김동언이 선사한 ‘심청굿’은 동해안별신굿에서 심청전의 내용을 바탕으로 자손들의 눈병을 예방하고 효자, 효부가 많이 나기를 기원하는 굿거리이다. 굿을 진행하는 김동언 무녀는 관객들에게 말을 걸거나 본인의 이야기를 하기도 하며 유쾌하고 흥미롭게 무대를 끌어 나갔다. 특히 무녀가 춤과 소리로 관중을 즐겁게 하면 관중은 금전을 상급으로 주기도 하는 실제 굿판에서처럼, 관객들은 김동언 무녀의 옷에 돈을 꽂아주며 소원을 빌고, 무녀는 그들을 축원해 주는 시간을 가지며 실제 굿을 직접적으로 체험하는 느낌을 주어 더욱 생동감 있는 무대를 만들어 냈다. 두 명인은 번갈아 가며 심청의 이야기를 각자의 분야인 심청굿과, 판소리 심청가의 대목으로 주고받으며 연결해 나갔다. 공연의 상영시간은 쉬는 시간 없이 2시간 30분으로 매우 긴시간 진행되었는데,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를 정도로 심청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특히 판소리 심청가는 대중적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고, 다양한 무대를 접해 보았지만, 동해안별신굿의 ‘심청굿’은 무대에서 볼 기회가 별로 없었기에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심청굿’은 사설 읽듯 이야기를 끌어 나가는 특징을 지녔다. 글을 읽어나가듯 빠르게 심청전의 이야기를 전하는 동시에 중간중간 민요의 느낌을 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 동부제의 메나리토리로 구성된 선율이 많았고, 질러내는 소리와 속소리가 적절하게 구사되었다. 왼편에 앉아있던 장구와 꽹과리, 징이 그 위에 굿 장단을 치며 반주했는데, 장구 반주자가 무녀의 노래 끝에 받는소리로 짧은 구음을 노래하는 것이 신선했다. 김동언 무녀의 소리는 곽씨부인이 죽기 전 심봉사에게 청이를 잘 부탁한다며 마지막 작별을 고하는 장면에서 특히 큰 울림을 주었다. 죽음을 앞두고 애절하고 슬픈 마음으로 남겨질 남편과 딸을 걱정하는 애달픈 그 이야기는, 마치 곽씨부인이 바로 앞에서 말하는 것처럼 느껴져 더욱 사람들을 울렸다. 김동언 무녀의 무대에 바로 이어 윤진철 명창은 힘 있는 소리로 단번에 좌중을 압도했다. 그가 열정적으로 뽑아내는 소리는 무대를 넋 놓고 보게 만들었고, 심청가의 배경으로 들어가 그 장면을 눈앞에서 목도하는 듯했다. 심청굿의 진행이 민요처럼 자연스레 흘러가고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면, 판소리 심청가는 힘 있고 정갈한 고수의 북장단과 위엄 넘치는 판소리의 울림이 강렬한 위압감과 감동을 선사해 주었다. 이어 김동언 무녀가 선보인 ‘상여소리’는 그야말로 ‘상여소리’ 그 자체로, 상여꾼들이 상여를 들고 노래하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애달픈 한이 절절히 드러나던 심청굿의 ‘상여소리’는 판소리 심청가의 ‘곽씨부인 상여 나가는 대목’과 같은 내용이지만 확연히 다른 구조를 보여주어 더욱 흥미로웠다. 판소리 ‘곽씨부인 상여 나가는 대목’은 진계면의 구성과 중모리장단으로 대놓고 깊은 슬픔을 자아낸다면, 심청굿 ‘상여소리’는 어딘가 담담한 진행으로 음악을 이끌어 간다. ‘뎅그렁 뎅그렁’ 종소리를 흉내 내는 소리는 판소리와 굿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가사인데, 판소리는 느리고 애절한 선율로 노래한다면 굿에서는 정말 종소리를 흔들 듯 빠르게 그 소리를 읊어냈다. 이 세상을 떠나는 곽씨부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굿의 소리로 듣자니 소중한 이를 떠나보내는 남겨지는 이들의 슬픔이 정통으로 느껴졌다. 한국인의 DNA에 새겨진 어떠한 ‘한’의 공감인 걸까? 반복되어 연주되는 굿거리장단 위에 슬픔 가득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얹어지며, 노래하던 무녀는 저고리의 고름으로 눈물을 훔쳐냈고, 관객들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김동언 무녀는 중간중간 관객들과 계속해서 소통하고, 윤진철 명창에게도 장난스럽게 말을 거는 등 재치 있게 무대를 장악해 나갔다. 간드러진 기교와 확실한 힘이 있는 노래에 더해 어느 대목에서는 춤을 추기도 했다. 강렬한 굿 장단 위에 어지러운 듯 자유롭고 예술적인 무녀의 몸짓에 눈을 뗄 수 없었고, 이 무대를 서울의 공연장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새삼 놀랍고 감격스러웠다. 심청의 이야기는 계속되고, 이야기는 절정으로 흘러갔다. 심청이가 공양미 삼백 석에 몸을 팔아 떠나간다며 아버지에게 절하는 부분에서 김동언 무녀는 심청의 역할을 하여 윤진철 명창에게 절하였고, 윤진철 명창은 심봉사가 되어 눈물 어린 부녀의 모습을 그려냈다. 그렇게 서로 번갈아 가며 ‘심청전’을 끌어 나가다가, 판소리 ‘범피중류’가 울려 퍼졌다. 심청이가 제수로 팔려 배를 타고 인당수로 가는 대목. 인당수로 가는 배 위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길게 늘어지는 진양조장단 위에 꿋꿋한 우조로 힘차게 노래한 윤진철 명창의 소리는 관객 모두의 마음을 흔들었고, 질러내는 소리와 속소리가 번갈아 가며 등장하는 매력적인 소리에 맞추어 연주된 고수의 북 반주는 완벽한 판소리의 합치를 이루어 냈다. 그리고 심청이가 인당수에 빠지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왼편의 타악기들이 소리북과 함께 강하게 연주하며 역동적인 전개를 끌어 냈다. 수궁가의 ‘범 내려온다’에서 위엄있는 호랑이를 마주한 것처럼, 거친 파도와 풍랑이 바로 눈앞에 있는 것 같은 강렬함이었다. 굿을 반주하는 타악기와 소리북의 만남, 그리고 그 위를 힘 있게 노래하는 판소리. ‘풍-’하며 부채를 떨어뜨리는 연출과 함께 심청이가 바다에 빠지자, 관객석은 큰 박수와 추임새로 가득 찼다. 무대가 진행될수록 번갈아 가며 소리를 보여주던 두 명인이 다양한 모습으로 무대를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범피중류를 시작으로 ‘방아타령’과 ‘자진방아타령’에서도 좌우의 모든 타악기가 함께 연주되었고, 윤진철 명창은 소리를 하며 흥청흥청 춤을 추며 관객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그리고 마지막, ‘심봉사 눈 뜨는 대목’에서 김동언 무녀는 심청이가, 윤진철 명창은 심봉사가 되어 극적 요소가 가미된 완성도 있는 장면을 만들어 냈다. 심청이와 심봉사가 맹인 잔치에서 마주하고, 결국 심봉사가 눈을 뜨는 장면을 굿과 판소리가 함께 노래한 장면은, 그 어떤 눈뜨는 대목보다도 깊이있고 감동적이었다. 특히 심봉사와 심청이가 손을 마주 잡고 서로의 눈을 바라본 장면은 마치 불문율로 이루어져 왔던 서로 다른 장르 ‘굿’과 ‘판소리’가 합치되어 드디어 서로를 마주하고, 새로운 시각으로써의 전통 예술 형태를 더욱 넓혀 나가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무대는 김동언 무녀가 관객들을 축원하고, 윤진철 명인과 함께 노래하며 막을 내렸다. 두 명인은 무대 내내 소리의 소품으로 ‘부채’를 사용했다. 김동언 무녀의 부채는 화려한 색채의굿 부채였고, 윤진철 명창의 부채는 선비의 느낌이 물씬 나는 판소리용 부채였다. 전통 예술이라는 큰 틀로 묶여있지만, 서로 다른 공간과 다른 시간에서 각자의 예술을 연마해 온 두 명인의 부채가 처음으로 한 무대에서 만났다. 일생을 바쳐 생명을 불어넣는 예술을 만들어 온 두 명인이 전한 ‘심청가’는 두 개가 아닌 하나였다. ‘심청’이라는 하나의 주제 된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은 삶의 한과 흥, 눈물과 해학의 정수를 서로 다른 전통의 화합을 통해 만났고, 상처를 치유 받았으며 또한 위로받았다. 이제 시작이다. 우리 전통 예술은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고, 미래에도 그렇듯 끊임없이 명맥을 잇고, 발전될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해 낼 수 있는 가장 멋진 시도는, 선을 긋고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아닌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사랑하는 하나 된 마음. 불문율을 담대히 깨고 새로운 예술적 시도를 용기있게, 그리고 과감하게 해내는 것이 아닐까.
-
이무성 화백의 춤새(57)<br> 김숙자 명인의 '도살풀이춤' 춤사위도살풀이춤 살(煞)을 푸는 민속무용의 일종으로 경기도도당굿의 영향을 받은 살풀이춤을 가리키는데 주로 김숙자(金淑子)류의 살풀이춤을 지칭한다. ‘도살풀이’는 ‘도당 살풀이’를 줄인 말로서 흉살과 재난을 소멸시켜 안심입명, 행복을 비는 무속 행위이다. 경기도도당굿에서는 각 거리마다 연주되는 도살풀이장단에 맞추어 무녀가 소리를 하며 부채와 방울 등 무구(巫具)를 들고 어정거리며 춤을 춘다. 특히 경기도도당굿 12거리의 마지막 의식에서도 춤을 추는데 이 춤을 도살풀이춤이라 부른다. 그러나 경기도도당굿에서 추는 도살풀이춤은 의식적인 성격이 강해 단순한 춤사위를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이어서 이를 무용으로 양식화했다고 볼 수 없다. 이에 반해 김숙자류의 도살풀이춤은 경기도도당굿의 무속적 특성들이 전통무용의 내외적 형식미로 양식화되어 있어 전통무용의 범주에서는 이를 ‘도살풀이춤’으로 인식하고 있다. 판소리, 무용, 가야금 등 가무악에 능한 김숙자는 여성이지만 무속계와 재인청과 연계된 전통예능인의 집안 내력을 가지고 태어나 경기무속춤과 재인청춤의 두가지를 무대예술로 발전시켰다. 그의 할아버지는 조선조 고종, 순종 시기에 중고제 판소리 춘향가로 이름을 날리던 충청남도 공주 출신 김석창 명창이고. 아버지 김덕순도 조선성악연구회에서 활동한 춤과 창의 명인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모친 정귀성은 세습무가의 전통을 가진 유명한 당골네이다. 경기도 지방의 도당굿에 나오는 춤을 고전무용으로 재창조해 진쇠춤, 터벌림춤, 제석춤, 부정놀이, 도살풀이춤 등을 발표함으로써 무속 예술 보존에 크게 기여하였다. 특히 도살풀이춤은 목젖놀이, 발차는 사위, 용 사위, 낙엽 사위 등 다른 전통춤에서 볼 수 없는 특징적인 동작을 갖고 있어 경기 무속춤 중 가장 어려우면서도 예술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숙자(1926〜1991) 경기도 안성 출생. 1932년(6세) 부친 김덕순에게 춤을 전수받기 시작 1937년(11세) 줄타기 학습 시작 1945년(20세) 칠성사에서 부친과 공부 1950년(25세) 대전 민속무용발표회(4회) 1961년(40세) 김숙자고전무용학원 창설 1961년(40세) 김숙자무용학원 창립 1962년(41세) 문화공보부 장관상 수상 1984년(59세)무용예술큰잔치: 민속무용 김숙자의 <도살풀이> (국립극장 대극장) 1990년(65세) 국가무형문화재 제97호 '도살풀이춤' 예능보유자 인정 1991년(66세) 별세.
-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정기연주회, 4편을 보다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이 5월 11일(목)과 12일(금), 이틀에 걸쳐 전통 곡을 재해석한 국악관현악 무대 ‘전통의 재발견 Ⅲ’를 선보였다.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전통의 재발견’ 시리즈는 현재 전승되고 있는 대표적인 전통곡들을 오늘의 음악으로 재해석하여 선보이는 무대로 지난 2년 동안 여덟 작품을 선보였으며, 올해는 그 세 번째 무대로 수제천, 평조회상, 씻김굿, 서도음악을 바탕으로 창작된 국악관현악 4곡이 무대에 올랐다. 새로이 창작된 음악이지만 전통곡을 재해석한 곡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어떤 형식으로 편곡되어 해석되었을지 기대를 품고 관람하였다. 1. 국악관현악으로 노래하는 수제천 ‘소중한 빛...’_작곡 강은구 ‘수제천(壽齊天)’은 ‘정읍사(井邑詞)’를 관악합주곡으로 연주하는 ‘정읍(井邑)’의 아명(雅名)이다. ‘정읍사’는 멀리 떠나 있는 이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는 사람의 노래로, 이를 위해 강은구 작곡가는 이 노래에 나오는 사람의 간절한 마음에 주목하여 작품의 한 축은 차분한 가곡조의 여창으로, 다른 한 축은 꽹과리, 징, 장구, 북, 모듬북 등으로 그리움의 이면에 끓어오르는 마음을 표현했다고 한다. 무대는 피리가 빠져있는 상태로 관악기들이 기존 수제천의 선율을 연주하며 시작되었다. 수제천의 백미로 꼽히는 연음형식(음이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연결되는 형식)과 악기별로 주고받는 구간이 기존의 수제천과 거의 동일하게 연주되었고, 피리와 대금, 해금, 아쟁이 적절하게 주고받으며 웅장하게 음악을 진행해 나갔다. 그러다 수제천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짧은 구의 선율을 발전시켜 현악기들도 함께 연주하기 시작하며 점점 음악이 빌드업되고, 꽹과리 등의 타악기가 점차 들어오며 자진모리장단으로 몰아가 정악과 민속악이 한데 어우러졌다. 웅장하고 정갈한 관악곡이 현악기와 타악기를 덧입혀 새로운 형태로 연주되니 지금껏 들어보지 못한 신선한 느낌을 받았지만, 그 안에 갑작스러운 반음계적 코드 진행이 들어와 전통 선율의 진행이 어딘가 희석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그 위에 갑자기 서정적인 서양 음악적 화음 요소가 덧입혀지며 모든 장르가 어지러이 얽히는 느낌을 받아 아쉬움이 남았다. 역동적이면서도 감성적인 관현악의 연주가 어느 정도 끝나자, 정가앙상블 Soul지기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김나리의 노래가 시작됐다. 현재 정읍사는 노래가 남아 있지 않지만, 강은구 작곡가는 ‘소중한 빛(마음)을 널리 밝히는 노래’로 ‘중명지곡’을 만들었다. ‘달아 높이 솟아올라-’로 시작한 노래는 김나리의 맑고 청명한 음색으로 들으니, 마치 달빛 아래 유영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가야금의 아름다운 아르페지오 선율과 악기들의 반주가 잘 어우러졌다. 비록 기존 수제천 음악과는 다른 분위기로 진행되었지만, 수제천을 관통하는 소중한 마음을 노래하던 희망이 음악에 짙게 묻어나 사랑과 희망을 더욱 느낄 수 있어 좋은 무대였다. 2. 대금과 피리를 위한 협주곡 ‘유초신지곡’_작곡 장석진 장석진 작곡의 ‘유초신지곡’은 거문고 중심의 줄풍류 ‘영산회상(靈山會上)’을 향피리 중심의 관현악곡으로 변주한 정악곡 ‘평조회상(平調會相)’을 바탕에 두고, 이 곡의 아명(雅名)인 ‘유초신지곡(柳初新之曲)’을 작품명으로 붙인 관현악곡이다. 무대가 시작하고 놀란 것은, 서양악기가 매우 많았다는 것이다. 스트링 계열 악기와 금관악기, 팀파니까지 합세하여 어떤 무대를 보여줄지 기대되었다. 무대는 상령산의 시작 선율인 ‘나니레-’를 시작으로 열렸다. 국악기로만 연주되던 기존의 상령산과는 달리 서양악기의 역동적이고 큰 사운드가 함께 연주되어 더욱 웅장한 분위기를 자아냈으며, 태평소가 염불도드리 멜로디를 연주하고 모든 악기가 tutti(다 같이 합주함)로 다 함께 음악을 발전시켜 나갔다. 그 후 협연자인 대금연주자 류근화의 대금 솔로로 음악은 다시 한 곳으로 집중되었다. 대금은 정악의 시김새가 확연히 드러나는 선율과 대금의 바람 소리 등의 특색을 보여주었고, 그 위에 자연스레 피리 연주자 임규수의 피리가 얹어지며 두 관악기의 유초신을 그려냈다. 이때 관현악단은 대금, 피리와는 다른 유초신 곡 선율을 반주하며 이질적이면서도 한데 어우러지는 신선함을 보여주었다. 이 곡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가야금이 아름다운 리프를 반복하는 선율 위에 다른 국악기들이 유초신지곡 선율을 감성적으로 연주한 부분이다. 현악기와 관악기가 역할을 나누어 주고받기도, 같은 선율을 연주하기도 하며 음악을 쌓아 올렸는데, 16비트나 엇박 등 다양한 리듬꼴을 활용하여 지루하지 않게 곡을 이끌어 나갔다. 마치 무릉도원에 있는 것 같은 편안한 동양적 분위기를 자아내며 신비로움을 조성했고, 그 안에 유초신, 우리 정악의 선율이 확실하게 깔아냄으로 전통의 색을 온전히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대금과 피리가 독주로 연주하는 카덴자 구간에서는 서양 현악기-바이올린, 첼로, 베이스-와 특종이 함께 반주함으로 오묘한 화성 진행으로 이국적이면서도 동양적인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그 후 국악기가 들어오고 나서 진행된 화성이나 선율이 서양악기로 연주되었던 부분과는 극단적으로 달라 흐름이 깨지고 국악기, 서양악기가 잘 어우러지지 않는 듯 해 아쉬움이 남기도 했지만, 모든 악기가 한데 어우러져 이 시대의 새로운 유초신지곡을 만들어 낸 것이 인상적이었고, 특히 관악기의 부드럽고 힘 있는 협연이 함께 연주되어 더욱 단단한 한국적인 미를 느낄 수 있었다. 3. 아쟁ㆍ가야금ㆍ목소리를 위한 협주곡 씻김(Redemption)_작곡 유민희 유민희 작곡의 ‘Redemption’은 이태백 명인이 구성한 ‘진도씻김굿’의 틀에 작곡가가 직접 채보한 이완순 무녀의 희설(진도씻김굿 가운데 무당이 부르는 노래) 중 앞부분의 선율과 장단, 박병천의 ‘남도굿거리’ 가락을 적용한 곡이다. 종교적 구원을 의미하기도 하는 작품명 ‘Redemption’은 진도씻김굿의 구체적 재현을 담고 있으면서도, 궁극적으로 죽음에 대한 슬픔과 구원에 관한 주제를 작품 안에 담아내,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주어진 삶의 무게나 슬픔은 아쟁과 대금으로, 삶의 끝이 평안을 기약하는 잔치라고 말하는 부분은 소리로 표현했다. 가야금과 징의 특색있고 집중되는 단조 선율로 구성된 반복적인 리프 위에 아쟁의 진계면 선율이 덧입혀지고, 관현악단이 다 함께 힘껏 웅장한 계면조 선율을 연주함으로 무대가 시작되었다. 아쟁 협연자 이태백과 가야금 협연자 이지혜는 진양 장단에 맞추어 계면조를 활용한 솔로를 연주했는데, 가야금과 아쟁이 조화롭게 빚어내는 남도제 연주에는 우리 음악의 특징적인 애환과 울림 있는 매력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앞서 진계면이 연주되었다면 ‘남도굿거리’에서부터는 김나영 소리꾼의 소리가 덧입혀지며 신명 나는 잔치 한마당으로 우리 민족의 흥이 드러났다. 성주풀이를 비롯한 평조 선법의 연주가 진행되니 다양한 민속악적인 요소가 관현악에 붙어 더 웅장하고 한국적이었다. 또 굿거리와 타령 장단 위에 평조 선법과 반음 음계도 등장하며 다양한 음악적 시도 또한 볼 수 있었는데, 반음 루트 진행에 감성적인 느낌을 주고자 한 것은 좋았으나 조금은 익숙한 레퍼토리의 화음 진행이 전체적인 민속악 색채를 내는 곡 안에서 조금은 이질적으로 느껴지기도 해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망자를 떠나보내는 슬픔과 살아남은 자에게 남겨지는 희망을 함께 보여주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인상적이고 감동적이던 무대였다. 4. 국악관현악 ‘풍류 그 너머에’_작곡 강상구 강상구 작곡의 ‘풍류 저 너머에’는 서도풍류, 서도민요 등 서도 지방에서 전승되어 내려오는 전통음악의 독특한 음악적 어법을 국악관현악으로 재창작한 작품이다. 무대는 모든 악기가 ‘서도풍류’를 연주하며 시작되었다. 서도풍류는 대중적으로 많이 연주되지 않는 곡이기에 관현악으로 함께 연주하는 이 무대가 더욱 특별하게 와 닿았고, 서도음악 위에 대중적이고 감성적인 베이스 화성진행 리프를 덧입힌 것 또한 인상적이었다. 이어서 서정적인 봉산탈춤을 연상시키는 선율로 곡이 이어졌는데, 신명 나는 장단에 맞추어 악기들이 함께 맺고, 끊고, 시김새를 표현하며 서도제의 느낌을 물씬 드러냈다. 장단은 다양하게 변화했으며 그 변화 안에 웅장한 악기들의 앙상블이 크게 돋보였다. 생황이 연주된 구간도 독특했는데, 묘한 선율과 민속악적 분위기가 어우러지며 마치 북청사자놀음을 보는 듯 동양적이면서도 이국적인 느낌을 주었다. 작품의 후반부에서는 앞서 나온 서도민요의 선율들이 한데 어우러지며 음악이 웅장하게 마무리되었다. 이 곡은 전반적으로 타악기의 역할이 매우 컸는데, 역동적이고 장단의 역할이 뚜렷한 것은 좋았으나 계속해서 달려 나가는 이미지 가운데 서도제의 색이 갈수록 흐려지는 것 같아 아쉬웠다. 하지만 현재 많이 연주되지 않는 서도음악을 중심으로 만들어 낸 관현악곡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었다. 우리가 서 있는 이곳 너머의 세상을 잠깐이나마 바라볼 수 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수제천’, ‘유초신지곡’, ‘진도씻김굿’, ‘서도풍류’ 라는,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던 우리의 전통음악이 국악관현악 곡으로 탈바꿈하여 대중들에게 선보여지는 순간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참 좋은 기회였다. 전통은 우리가 아끼고 지켜내어 원형을 고수해 후손들에게 전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그 전통을 현대의 흐름에 맞게 재해석하고 재발견하여 새로운 흐름으로 만들어 내는 것도, 또한 중요하기에 이번 공연이 더욱 뜻깊게 다가왔다. 하지만 네 곡 모두 기존의 창작 관현악곡과 뚜렷하게 다른 큰 특징이 드러나지 않고, 화성진행이나 음악적 요소가 거의 익숙한 래퍼토리로만 연주되어 아쉬움이 남았다. 전통을 살리되 더 새롭고 다양한 시도가 가미되어 연주된다면, 전통을 비롯한 국악관현악이 더 넓게, 멀리 발전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모든 국악인의 '현대적 계승'에 대한 행보를 마음 깊이 응원해 본다.
-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관현악으로 재창조되는 전통’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이 전통 국악을 재해석한 국악관현악 무대를 선보인다.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은 올해 정기공연으로 전통 선율을 바탕으로 새롭게 만든 국악관현악 무대, ‘전통의 재발견 Ⅲ’를 오는 11일과 12일에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개최한다.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전통의 재발견’ 시리즈는 현재 전승되고 있는 대표적인 전통곡들을 오늘의 음악으로 재해석하여 선보이는 무대로 지난 2년 동안 여덟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올해는 그 세 번째 무대로 수제천, 평조회상, 씻김굿, 서도음악을 바탕으로 창작한 국악관현악 4곡을 선보인다. 그리움의 재발견, 잃어버린 노래를 찾아서 강은구 작곡, 국악관현악으로 노래하는 수제천 '소중한 빛...' 정악의 백미로 꼽히는 ‘수제천(壽齊天)’은 현재 관악합주곡으로 연주되고 있지만 백제시대에는 ‘정읍사(井邑詞)’라는 노래였다. ‘아 노피곰 도샤(달아 높이 솟아올라)’로 시작하는 정읍사는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는 임을 생각하는 여인의 애틋한 마음이 담긴 노래다. 강은구 작곡의 ‘소중한 빛...’은 이 여인의 마음에 주목하여 소중한 사람을 향한 마음의 흔적을 노래한다. 이를 위해 작품의 한 축은 차분한 가곡조의 여창으로, 다른 한 축은 꽹과리, 징, 장구, 북, 모듬북 등으로 그리움의 이면에 끓어오르는 마음을 표현했다. 작곡가는 대금, 소금, 피리, 아쟁 등의 각 악보에도 정읍사의 노랫말을 기입해 "가사를 보며 노래를 부르는 심정으로 연주를 해달라는 일종의 음악 지시어로 적어 넣었다.”고 밝혔다. 여창은 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이자 정가앙상블 Soul지기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김나리가 맡았다. 작은 소리들로 큰 울림을 빚는 장석진 작곡, 대금과 피리를 위한 협주곡 '유초신지곡' 장석진 작곡의 ‘유초신지곡’은 거문고 중심의 줄풍류 ‘영산회상(靈山會上)’을 향피리 중심의 관현악곡으로 변주한 정악곡 ‘평조회상(平調會相)’을 바탕에 두고, 이 곡의 아명(雅名)인 ‘유초신지곡(柳初新之曲)’을 작품명으로 붙였다. ‘평조회상’은 현재 향피리를 중심으로 한 관현악 편성으로 연주되고 있는데 필요에 따라 늘리거나 줄여 음량의 변화를 통해 곡을 표현한다. 작곡가는 ‘평조회상’의 단순한 선율의 음량 변화를 넘어 관악기와 현악기의 성부를 둘로 나눠 풍부한 화성을 그려 곡의 밀도 높은 음향을 추구했다. 또한 전통 타악기의 울림을 웅장하게 보완하기 위해 첼로, 더블베이스, 호른, 베이스 트럼본 등 중저음대의 서양 악기군을 편성해 곡의 정서를 조화롭게 표현했다. 도입부의 선율은 대금과 피리의 독주로도 자주 연주되는 ‘평조회상’의 시작 곡 ‘상령산’이 장식한다. 협연에는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의 임규수 악장이 피리로, 류근화 수석 단원이 대금으로 나선다. 진도씻김굿의 구체적 재현과 슬픔과 구원에 관한 주제 유민희 작곡, 아쟁·가야금·인성(人聲) 위한 협주곡 'Redemption' 유민희 작곡의 ‘Redemption’은 이태백 명인이 구성한 ‘진도씻김굿’의 틀에 작곡가가 직접 채보한 이완순 무녀의 희설(진도씻김굿 중 무당이 부르는 노래) 중 앞부분의 선율과 장단, 박병천의 ‘남도굿거리’ 가락을 적용했다. 종교적 구원을 의미하기도 하는 작품명 ‘Redemption’은 진도씻김굿의 구체적 재현을 담고 있으면서도, 궁극적으로 죽음에 대한 슬픔과 구원에 관한 주제를 작품 안에 담아냈다.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주어진 삶의 무게나 슬픔은 아쟁과 대금으로, 삶의 끝이 평안을 기약하는 잔치라고 말하는 부분은 소리로 표현했다. 전체 악곡은 씻김굿의 절차와 마찬가지로 ‘도입부’와 ‘남도삼현’, ‘남도굿거리’, ‘희설’의 일부분, ‘긴염불’, ‘중염불’, ‘제화소리’, ‘굿거리’, ‘종지부’로 구성했다. 아쟁 협연에는 국가무형문화재 진도씻김굿 악기 이수자인 이태백 목원대학교 국악과 교수가, 가야금에 협연에는 이지혜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악장이, 소리 협연에는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심청가 이수자인 김나영 목원대학교 국악과 교수가 함께한다. 서도선율로 엮어나간 강상구 작곡, 국악관현악 '풍류 저 너머에' 강상구 작곡의 ‘풍류 저 너머에’는 서도풍류, 서도민요 등 서도지방에서 전승되어 내려오는 전통음악의 독특한 음악적 어법을 국악관현악으로 재창작한 작품이다. 작품은 서정적인 서도 풍류의 선율을 시작으로 봉산탈춤을 연상시키는 선율로 이어간다. 여기에는 굿거리와 타령 풍의 흐름과 반음 음계도 등장하는가 하면 작품의 후반부에는 앞서 나온 서도민요의 선율들이 한데 어우러지며 웅장하게 마무리 된다. 작곡가는 "황해도 지방에서 연주된 서도풍류는 오늘날 오롯이 전승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서도풍류가 가지고 있는 '흥'을 재확인하며 함께 나눌 수 있는 음악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2004년에 창단한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은 신국악작곡공모(1962), 한국창작음악발표회(1974~2003)로 이어진 국립국악원 창작음악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기존 작품을 발굴·재해석하여 연주하는 것은 물론, 위촉곡에서 단원들이 직접 만든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편성의 작품을 꾸준히 선보여 왔다. 이번 공연의 관현악 편성은 64명이며 여기에는 첼로, 호른 등 서양악기 12명이 포함되어 있다. 지휘는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예술감독을 역임한 이용탁 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장이 맡았다.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정기공연 ‘전통의 재발견Ⅲ’는 오는 5월 11일(목)과 12일(금) 저녁 7시 30분,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다. 국립국악원 누리집(www.gugak.go.kr)과 전화(02-580-3300)로 예매할 수 있다. R석 3만원, S석 2만원, A석 1만원, B석 5천원 (문의 02-580-3300)
-
주폴란드 한국문화원-세계 책의 날 계기 한국문학의 달 행사 성황주폴란드한국문화원(원장 강은영)은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4월 23일)을 맞이하여 4월 3일부터 오는 28일까지 한 달간 한국문학의 달 행사를 개최한다. 본 행사는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출간된 장은진의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김이듬의 ‘히스테리아’ 등 한국문학 번역서 13권을 전시하는 한국문학 전시회(4월 3일~4월 28일)를 시작으로, 한강 작가가 폴란드에서 집필한 것으로 알려진 소설 ‘흰’ 독후감 대회(4월 3일~4월 28일), 국립 바르샤바대학교 한국학과와 협력 진행하는 한국 전통문학 강연회(4월 21일)로 구성되어 주재국민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한국문학을 소개한다. 특히 국립 바르샤바대학교 한국학과와 협력하여 진행하는 한국문학 강연회는 올해로 2회를 맞이하였으며, 문화원은 최근 폴란드에서 출판되는 한국문학 작품 수가 크게 증가하는 등 현지 한국문학에 대한 수요를 감안하여 학교측과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연례행사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약 70명이 참석한 한국 전통문학 강연회에서는 바르샤바대학교 한국문학 동아리 학생들이 ‘김동리의 무녀도를 통한 고전문학과 한국영화의 상관관계’, ‘김만중의 구운몽을 통한 고전문학에서 나타는 동양철학’ 등 다양한 주제로 발표회가 진행되었으며, 객석 참여 토론과 고전문학 퀴즈대회도 진행되었다. 행사에 참여한 바르샤바대학교 동양학부장 표트르 안제이 타라하(Piotr Andrzej Taracha)는 "폴란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은 언어, 역사, 문학까지 점점 넓어지고 있어 한국학과를 보유한 학교로서 굉장히 자랑스럽다”라며 "주폴란드한국문화원과의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해나가길 바란다”며 행사 참여 소감을 밝혔다. 한편, 문화원 관계자는 5월 바르샤바 북페어 등 현지 대표 국제도서전, 문학축제에 참가하여 폴란드 독자 및 출판사 대상 한국문학을 홍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정창관의 ‘국악-신반’ <8>
-
이무성 화백의 춤새(46) <br> 임웅수 명인의 '상공놀이춤' 춤사위상공놀이(춤) 상공이란 광명농악에서 상쇠를 높여 부르는 것으로 머리에 부포를 대신하여 상모고깔 또는 상투를 쓰고 춤(놀이)을 추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상쇠놀이란 부포놀이를 중심으로 쇠가락 위주로 판이 짜여 지지만 상공춤(놀이)은 굿거리 가락을 많이 쓰며 능계가락 중심으로 태평소 소리에 맞춰 판을 벌인다.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20호 '광명농악' 보유자 임웅수의 춤(놀이)으로 450여 년 전 구름산 도당굿이 성행할 당시에 무녀였던 김선화, 원이쁜 선생이 추었던 춤 동작의 일부를 재현한 것이다. 임웅수 1962년 충남 세종시 출생 (사)대한민국농악연합회 이사장 (사)경기무형문화재 총연합회 이사장 (사)광명농악보존회 이사장 1977년 15세에 농악 입문(정인삼, 김복섭, 박병천 사사) 1979년 민속촌농악단 입단 1986년 마당풍물놀이 창단 (1992년까지 활동) 1997년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20호 '광명농악' 보유자 지정 2007년 광명충현고 농악반 지도 (대통령상 수상) 2011년 '양주들노래' 연출 (한국민속예술제 대통령상 수상) 2012년 '함안농요' 연출 (한국민속예술제 대통령상 수상) 2013년 '평안남도 향두계놀이' 연출(한국민속예술축제 대통령상 수상) 2014년 '광명 철산리 디딜방아액막이놀이' 연출 (한국민속예술제 대통령상 수상) 2018년 서울아리랑페스티발, 대한민국농악연합회 길놀이 주관(광화문 광장) 2019년 '평안남도 향두계놀이' 연출 (한국민속예술축제 60주년 '왕중왕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수상) 2022년 강원도 동해시 '원님답교놀이' 연출 (한국민속예술축제 문화체유콴광부장관상 수상)
-
민중무당 '정순덕의 삶과 굿' 만난다한국문화재재단은 18일 서울시 강남구 한국문화의집KOUS에서 '예인열전 - ᄇᆞ람, 만신 정순덕의 삶과 굿'을 펼친다.'예인열전'은 이 시대 예인의 삶을 집중 조명하는 공연 시리즈로, 이번 공연에서는 전통 예술로서의 굿을 만나볼 수 있다.부제목 'ᄇᆞ람, 만신 정순덕의 삶과 굿'의 'ᄇᆞ람'은 굿에서 신에게 비는 바람을 뜻하는 동시에, 50년 무업을 이어온 정순덕 만신의 무녀로서, 한 여인으로서의 바람을 뜻한다.1967년 충남 서산에서 태어난 정순덕 만신은 5살 때부터 신병을 앓다 8살에 신내림을 받았다. 이후 황해도 굿의 정수였던 고(故) 우옥주, 고(故) 김금화 만신으로부터 신을 모시는 무녀의 마음과 몸가짐을 배웠다.20대에는 민주화 운동 열사, 금정굴 양민 학살 피해자, 제주 4.3 희생자 등을 위한 진혼굿을 열어 '민중무당'이란 호칭을 얻었다.이번 무대에서 정순덕 만신은 50년 무녀의 삶을 이야기와 굿으로 풀어낸다. 정순덕 만신은 신내림받은 ‘강신무’이고, 8살 때부터 접신한 ‘애기무당’ 출신이고, 황해도 굿을 한다.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1년, ‘국풍81’ 무대에 올라 굿을 했다. 이 나라굿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해서 서울 잠실주경기장에서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을 위한 ‘성공 기원 굿’을 했다. 동시에 1987년 이한열 열사 진혼굿과 1988년 박종철 열사 1주기 진혼굿도 했다. 1996년 경기 고양시 금정굴 양민학살 진혼굿을 했고, 1998년 제주 4·3 희생자 진혼굿도 했다. 황해도 굿을 통해 다가오는 새해 계묘년의 소원을 빌 예정이다.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인 '작두굿'에서 정순덕 만신이 신과 만나는 순간을 엿볼 수 있다. 작두굿에서는 정순덕 만신이 무대에 높이 쌓인 칠성단에 올려놓은 작두칼 위에 올라간다. 황해도 철물이굿의 장단과 소리를 바탕으로 경기도당굿, 한양굿, 동해안 별신굿 등 다양한 굿 장단을 넘나드는 전순필 이수자의 장구 연주를 만나볼 수 있다. 관람료는 전석 1만 원이며 예약은 네이버 예약에서 가능하다. 공연 종료 후 공연 실황이 재단 유튜브, 네이버TV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
다섯번째 함수연판소리 발표회 '진도씻김굿'제5회 함수연판소리 발표회 '진도씻김굿'이 오는 30일 오후 7시30분 동부창고 6동에서 개최된다.이번 공연은 2022년도 충북문화재단 문화예술육성지원 선정작으로 민속음악을 보존·계승하기 위해 창단된 민속악단 함수연 가단이 참여하는 공연이다.가야금 송정언, 해금 조한결, 아쟁 윤지훈, 피리 김한성, 대금 백종원과 바리지 지명인, 이치현이 함께한다. '진도씻김굿' 공연은 총 6부로 꾸며졌고, 판소리, 가야금, 아쟁, 해금, 대금, 피리 장단으로 구성된다. 진양조·살풀이·떵떵이 같은 무악장단이 쓰인다.성주님에게 굿하는 목적을 알리는 '안당'으로 시작해 초가망석에서 조상의 넋을 청하며 굿이 시작된다. 이어 산사람의 길복을 돌보는 제석신을 불러서 모시는 굿거리 '제석굿'과 상제의 머리 위에 넋을 걸치게 하고 무녀가 지전으로 끌어올리는 '넋 올리기', 망자의 넋을 씻기는 '씻김', 죽은 사람의 넋을 위로하고 달래주는 굿거리 '고풀이'와 망자의 혼이 극락으로 떠나갈 때 저승까지 가는 길을 바라는 굿거리 '길닦음'으로 무대가 마무리 될 예정이다. 여성소리그룹 미음과 칼라미앙상블로 활동하고 있으며 제22회 명창박록주전국국악대제전 명창부 판소리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
‘양주소놀이굿’ 명예보유자 김봉순 별세국가무형문화재 ‘양주소놀이굿’ 김봉순 명예보유자가 11일 병환으로 별세했다. 86세.양주소놀이굿은 양주 지역의 전통적인 무당굿인 경사굿의 제석거리 다음 순서에서 연행되는 굿놀이로, 마을의 번창과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집을 수호하는 신인 제석신을 위하는 제석거리가 끝나면 소를 몰고 온 마부가 등장하여 무녀와 함께 재담과 타령을 연행한다. 타령이 끝나면 무녀와 마부는 소 값을 흥정하고, 굿은 무녀의 축원과 성주풀이로 마무리된다. 굿의 가사가 세련된 평민 가사체로 되어 있어 문학적 가치가 높고, 오랜 세월 동안 지역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굿이 전승되어 왔다. 양주뿐 아니라 서울과 경기도·강원도·충청도·황해도 등지에서도 펼쳐졌다. 현재 양주소놀이굿은 보유자가 한 명도 없는 상태로, 국가무형문화재 전승 체계에서 보유자 아래 단계인 전승교육사가 2명 지정돼 있다.문화재청에 따르면 김 명예보유자는 1936년 태어나 37세에 내림굿을 받아 무당으로 활동했다. 1971년 양주소놀이굿에 입문한 뒤 양달순 만신의 뒤를 이어 고 김인기 보유자와 함께 양주소놀이굿 체계화 및 보존회 설립의 기틀을 닦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김 명예보유자는 양주소놀이굿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1980년부터 꾸준히 공개행사 등에 참여했고, 2013년 보유자 인정을 받았다. 올해 3월 고령과 건강상 이유로 명예보유자로 인정받았다.고인의 유족으로는 아들 유남영 씨, 딸 백화·현숙 씨가 있다. 빈소는 경기 양주장례문화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12일 오전 11시 예정이다. (031)863-4444. 주요경력 - 1982. 09월 국가무형문화재 양주소놀이굿 전수장학생 - 1986. 08월 국가무형문화재 양주소놀이굿 이수자 - 1990. 10월 국가무형문화재 양주소놀이굿 전승교육사(보유자후보) 인정 - 2013. 12월 국가무형문화재 양주소놀이굿 보유자 인정 - 2022. 03월 국가무형문화재 양주소놀이굿 명예보유자 인정
-
인류무형문화유산 눈으로, 귀로, 가슴으로 공감!지난 9월 24일(토) 서울시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의 열린마당. 공연장 세트 뒤로 넓게 펼쳐진 가을하늘은 세트와 어우러져 마치 하늘 가까이에 있는 듯하다. 스치는 바람은 이 시간 예술과 자연을 함께 느끼고 있음에 황홀함마저 느끼게 한다. 예매한 관객들은 제공받은 종이팩 포장의 물과 친환경 재료(나무)로 만든 칫솔을 제공받았다. 현장 관람 관객들도 합류하면서 객석은 모두 채워졌고, 딱딱한 돌계단 객석이 불편하지 않도록 폭신한 방석도 제공받았다. 9월 24-25일(토-일)의 주요 공연을 돌아본다. 매 공연마다 사회자는 공연에 대해 쉽고도 재미있는 해설을 해주어, 공연의 문턱을 한결 더 낮췄다. 진굿의 중심, 김천금릉빗내농악/ (사)김천금릉빗내농악보존회 인류무형문화재 농악. 그 중에서도 김천금릉빗내농악은 군사훈련에서 유래한 진굿(진, 陳:군사훈련 때 사용되는 줄 또는 열)이라는 특색을 가지며 국가무형문화재로(제11-7호, 2019년) 지정되기도 했다. 공연에 앞서 등장한 사회자(소리꾼 이상화)는 ‘김천금릉빗내농악’에 대한 설명과 함께, 농악대 중에 실제 농사일을 하시는 분도 계시다는 말도 덧붙인다. ‘진짜 농부의 농악을 2022년 서울 하늘에서 보다니.’ 농악대의 힘찬 꽹가리 소리로 공연은 시작되었다. 역시 군사훈련에서 유래한 농악답게 가락이 빠르고 역동적이다. 유난히 강한 북소리는 가슴을 울릴 정도다. 북잽이(대북 치는 사람)를 가만히 보니, 북채를 한 손이 아니라 양손에 쥐고 치고 있었다. 온몸의 힘을 양팔과 손에 집중하여 북채로 내리쳤기에, 그 소리가 듣는 이의 가슴까지 내리쳤던 것이다. 모든 잽이(농악대)들은 대열에 변화를 주거나, 상쇠의 힘찬 소리(노래), 그리고 역동적인 개인기로 관객들은 눈을 뗄 수가 없게 한다. 특히, 소고패가 채상소고춤 중 자반뛰기(높이 뛰어 도는 동작)를 선보일 때, 관객의 함성은 최고조에 달하며 분위기가 고조됐다. 농악의 최고의 순간이다. 삶을 예술로, 그리고 다시 공동체의 결집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농악의 힘인 듯하다. 지칠 법도 하지만, 시종일관 웃는 표정을 보여주는 그들은(농악대) 과연 프로였다. 각시(흰 저고리, 검은 치마), 포수(사냥꾼 복장, 꿩과 총대 장착) 역할의 잡색(농악대의 흥을 돋우기 위해 가장한 사람) 또한 보는 재미를 선사했다. 공연 당일 새벽, 농악대와 함께 경북 김천에서 출발한 손영만 명인(김천금릉빗내농악 8대 상쇠)는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서울 분들 만난다는 생각에 마음이 부풀어서 지방에서 올라왔는데, 이렇게 관객 분들 크게 호응해주시니 너무 좋습니다.” 관객들은 눈앞에 펼쳐졌던 그 역동적이고 신났던 공연이 우리의 것임을 알기에 더한 감격을 느꼈을 것이다. 공연을 마치고 만난 한 가족(경기도 오산)은 이런 말을 남겼다. 엄마 "정말 신나고 감동적이었어요.” 아이 "완전 재미있었어요. 발로 돌 때.”(채상소고춤 중 자반뒤집기) 아빠 "우리 문화유산 잘 지켜주시기를 바랍니다. 정말 좋은 시간이었어요.” 부모는 농악을 실제로 처음 접한 아이가 농악대의 역동적인 모습에 강한 인상을 받은 것에 놀라워하면서도 매우 흡족한 표정이었다. 고풍(古風)/ 한누리무용단/ 극장 용 인류무형문화재 강강술래(2009), 처용무(2009)는 물론, 염불바라춤, 부채입춤, 진도북춤, 태평무(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 등 전통무용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무대였다. 공연 전, 어린 아이들의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리지만, 공연이 시작되자 객석은 고요해진다. 커다란 달 아래 강강술래가 시작된다. 색색의 치마를 입은 무용수들은 버선발로 깃털 같은 춤사위로 빠르게 대열에 변화를 주며 부드러우면서도 역동적인 무대를 선사한다. 손, 팔, 다리의 움직임은 물결 같이 흐르며, 춤이란 과연 몸으로 말하는 예술임을 깨닫는다. 바라춤은 흰 장삼의 길게 늘어진 소매에서 흐르는 선의 아름다움과 느린 호흡으로 정교하게 박자를 맞춰가는 춤사위를 보여준다. 이후 빠르고 역동적인 모습으로 바라를 치는 순간, 듣는 이는 바라 고유의 강렬한 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궁중에서 악귀를 몰아내고 평온을 기원하는 의미를 갖는 처용무. 처용탈을 쓴 5명의 무용수는 화려한 5방색의 복장을 갖추고, 절도 있고 절제된 동작을 보인다. 한삼 끝자락을 반대편 옆구리에 낀 채로 손을 앞으로 뿌리는 모습의 동작은 귀신을 몰아내는 의미를 갖는다고 한다. 느린 동작이기에, 인상적인 탈의 모습과 강렬한 동작이 분산되지 않고 함께 느낄 수 있었다. 비교적 빠른 박자의 진도북춤에서는 美·興·힘을 겸비한 여성 무용수들에게서 아이의 천진난만함과 강렬한 힘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군무 형태로 선보인 태평무는 궁중의복을 입은 무용수들의 부드러우면서도 빠른 발동작과 역동적인 춤사위가 인상적이다. 공연이 끝난 후, 그 아름다운 춤을 해낸 그들의 정중한 인사는 춤의 아름다움을 넘어서는 겸양에 또 한 번 감동받을 수밖에 없었다. 강릉단오제 단오굿/ (사)강릉단오제보존회 9. 25(일), 단오굿은 한 판 놀이에 가까웠다. 무녀(빈순애 명인,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 강릉단오제 기능 보유자)의 걸쭉한 입담은 만담을 방불케 할 정도로, 눈을 뗄 수 없이 집중하게 했다. 생산(출생)을 관장하는 신(神)인 세존과 당금애기의 결합과정을 그린 무속신화를 구연하는 무녀는 춤, 노래, 입담, 연기 어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이 관객을 사로잡는다. 무녀인지 예인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이다. 무녀와 악사들의 주고받는 능숙한 재담과 악사들의 익살스런 춤과 입담 역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관객을 무대로 불러들이기도 하고, 이들이 관객 속으로 들어가기도 하면서, 무대와 객석의 구분은 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자들은 신에게 관객들의 행복을 기원을 하는 매개자로서의 역할을 잊지 않는다. 한껏 즐긴 관객들의 박수에는 감동과 감사를 담았을 것이다. 과거 무속과 불교문화의 관련을 보여주는 바라춤(악사 김운석)까지 볼 수 있는 귀한 공연이었다. 경북 경주에서 올라와 서울에 거주하는 딸과 국립박물관에서 시간을 보내던 중, 우연히 공연을 관람했다는 한 70대 여성 관객은 다음과 같이 소감을 밝혔다. "좋았어요, 너무. 다음에 또 보러 강릉에 가야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어렸을 적, 굿을 본 적이 있는데, 그 때는 어린 마음에 강하고 무섭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오늘은 굿이라기보다는 사물놀이 같기도 하고, 문화공연 같은 느낌이었어요. 나이가 드니까 이런 것들이 정말 좋더라고요. 국악도 좋고, 한국무용도 배우고 싶어요.” 아리랑 리커넥티드/ 허윤정, 조스 미에니엘 외/ 극장 ‘용’ 우리가 알고 있는 아리랑(인류무형문화유산, 2012)과는 다른 색다른 아리랑을 경험하는 무대였다. 선보인 곡들은 (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에서 현대적 감성을 담은 아리랑을 대중과 공유하고자, 발표해 온 음반 <The Name of Korean> 시리즈의 8집 수록 곡들이다. 이날 공연은 아리랑 유네스코 등재 10주년을 기념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곡들은 외국 음악인들과 협업으로 이루어졌으며, 프랑스 플루티스트 조스 미에니엘(Joce Mienniel)이 공연에 함께 했다. 우리 악기와 외국 악기의 협연이 빚어내는 서정적인 멜로디로 아리랑 고유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곡에서부터, 코로나19 시기 힘든 시대의 우리를 위로하는 다소 실험적인 곡까지 아리랑의 다양한 음악적 변신을 경험할 수 있다. 무엇보다 마지막으로, 모든 연주자들이 한 무대에서 자신의 음악적 색채를 살리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협연은 음악이 박자를 만들어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곡이 인상적이었다. 진도아리랑을 부르는 소리꾼의 노래로 그 절정을 이루며 관객의 감동을 자아냈다. 시대를 초월하는 공감을 이뤄내던 아리랑이, 국경을 초월하는 음악적인 포용으로 그 창조성까지 발휘하는 무대였다. 이번 공연을 준비해온 (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심재흥 대외협력팀장은 다음과 같이 소회를 밝혔다. "코로나로 인해서 오랜만에 관객 분들 모시고 하는 공연을 기획하게 되었는데요, 첫 날 첫 공연 시작 전에, 관객 분들의 환호를 들었을 때 가슴이 찡하더라고요. 공연은 역시 관객과 같이 해야 하고, 거기서 나오는 에너지가 또 다른 힘을 만들어 내는구나 하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고요. 저희도 이를 발판으로 삼아 내년에 더 좋은 프로그램으로 우리 전통문화, 더 많은 분들이 호응해주실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마지막 공연이 끝난 후, 거동이 불편한 노모를 양팔로 감싸 안고 부축하며, 자리를 나서는 나이 지긋한 중년의 남성의 뒷모습이 보였다. 초등학생 자녀들을 데리고 나서는 가족도, 모처럼 외출한 듯한 중년 여성들도, 그리고 두 손을 맞잡은 젊은 연인들도 보였다. 이 공연의 힘은 바로 이런 것이다. 다른 공연이 아닌 우리의 뿌리이자 삶을 아우르는 전통예술이기에 우리 모두를 한 자리에 모을 수 있었다. 오늘 그들이 경험한 전통은 누구에게는 향수가, 교육이, 추억이 되어 자신의 삶 속에 각기 다른 모습으로 파고들어 자양분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내년에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전통예술을 다시 만나게 될는지 기대해본다. 이번 공연은 11월 경, (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유튜브, 네이버TV를 통해 다시 볼 수 있다.
-
인류무형문화유산 고품격 공연, 놓치지 마세요(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주최·주관하고, 국립중앙박물관이 함께 주관하는 2022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공연시리즈 ‘위대한 유산, 오늘과 만나다’가 지난 9월9일(금) 한가위 연휴에 시작되어 이번 주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릴 예정이다. 유네스코 등재 인류무형문화유산을 공연으로 만나는 축제로, 올해는 종묘제례악에서 아리랑까지 총 11종목, 17개의 공연으로 구성되어 성황리에 진행 중이다. 무형문화유산의 정수를 경험하는 전통 공연에서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창작공연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세대를 아우르는 고품격 문화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다. 9. 21(수) 19:30 극장 용 ‘정악가무’(아우프윈드) 9. 23(금) 19:30 극장 용 ‘느닷X난장앤판 <관객모리>’(사물놀이 느닷, 전통연희단 난장앤판) 9. 24(토) 14:00 열린마당‘진굿의 중심, 김천금릉빗내농악’((사)김천금릉빗내농악보존회) 17:00 극장 용 ‘고풍(古風)’(한누리무용단) 18:00 거울못‘2022 위대한 유산, 해금과 만나다’(노은아 외) 9. 25(일) 14:00 열린마당‘강릉단오제 단오굿’((사)강릉단오제보존회) 17:00 극장 용 ‘아리랑 리커넥티드’(허윤정, 조스 미에니엘 외) 정악가무(아우프윈드) 정악(正樂)은 고려·조선시대 왕실과 양반층이 향유한 음악이다. 이 중, 유네스코에 등재된 ‘종묘제례악’(2001), ‘처용무’(2009), 자진한잎과 결합한 ‘가곡’(2010)을 비롯하여, 관악기 중심의 음악에 노래와 춤이 함께하는 복합예술을 경험할 수 있다. 원형에 충실한 전통예술의 정수는 물론, 새로운 연주편성, 음향적 변화, 움직임을 재해석한 영상 등을 활용하여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한 무대이다. 오늘날의 새로운 예악(禮樂)정신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이 될 것이다. 느닷X난장앤판 '관객모리'(사물놀이 느닷, 전통연희단 난장앤판) 유네스코에 등재된 ‘농악’(2014)과 무속가락들을 중심으로 전통연희에 대한 새로운 공감을 자아낼 신명나는 무대. 사물놀이의 다양한 시도를 보이는 ‘느닷’과 남사당놀이의 현대적 대중성을 추구하는 ‘난장앤판’이 시너지를 발산하며, 옛 서민들의 삶의 애환을 엿볼 수 있으면서도, 한껏 흥을 돋우는 무대가 될 것이다. 진굿의 중심, 김천금릉빗내농악((사)김천금릉빗내농악보존회) 인류무형문화유산 ‘농악’(2014), 그 중 ‘김천금릉빗내농악’(2019, 제11-7호)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특이하게 전쟁에서 유래된 진(陣)굿의 특징을 보이는데, 풍물놀이와 무당의 굿놀이, 줄다리기 등의 행사가 혼합되어 진굿(진풀이)의 농악놀이로 발전된 형태이다. 경북 김천시 개령면 ‘빗내’라는 마을에서 전해졌다. 지리적 특성상 다른 지역의 가락이 혼합되지 않았고, 군대행진용 진굿으로 가락이 매우 강렬하고 다양하다. 빗내 농악의 12마당을 공연형식으로 각색하여 색다른 농악을 경험할 수 있다. 고풍(古風)(한누리무용단) 인류무형문화유산 ‘강강술래’(2009)와 ‘처용무’(2009), 국가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1988)등 국내·외에서 그 예술성과 독창성을 인정받은 소중한 전통춤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무대이다. 전통춤 원형을 기반으로 구성된 공연이므로, 당대의 문화를 엿볼 수 있으면서도, 시대를 초월하는 예술성과 전통춤 고유의 멋을 한껏 느낄 수 있는 무대이다. 2022 위대한 유산, 해금과 만나다(노은아 외) 인류무형문화유산 ‘가곡, 아리랑(2012), 판소리(2003), 처용무’등이 해금과 만나는 무대. 해금은 특유의 굵직하고도 깊은 음색과 떨림으로 삶의 희노애락을 담기에 부족함이 없다. 해금과 생황으로 재구성한 ‘청성자진한잎’, 그리고 ‘산조’와 각 지역 ‘아리랑’의 주요 선율을 엮은 ‘아리랑 Medley’, 또한 해금연주자 노은아 교수(서울대학교 국악과)가 직접 선보이는 ‘처용무’를 감상할 수 있다. 강릉단오제 단오굿((사)강릉단오제보존회) 강릉은 대관령을 포함하고 있으며, 고대 부족국가인 ‘동예’의 땅으로 ‘무천’이라는 제천의식이 전승되는 지역이다. 인류무형문화유산 ‘강릉단오제 단오굿’(2005)은 이러한 의식을 이어받아, 강릉단오제 중에 치러지는 무속의례이며 당시 민중 신앙의 핵심을 반영한다. 음역 4월 5일부터 음력 5월 초까지 다양한 형태의 굿과 의식이 진행되는데, 이 중 ‘문굿·세존·중춤·바라춤·중잽이굿’을 통해 무녀들과 악사들이 만들어내는 독창적인 음악과 문화를 확인할 수 있다. 아리랑 리커넥티드’(허윤정, 조스 미에니엘 외) 인류무형문화유산 ‘아리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고품격 음악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다. 아리랑의 의미와 가치를 현대인의 시선에서 공감하고자, (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2009년부터 발표해 온 음반 ‘The Name of Korean’의 가장 최근 버전 ‘The Name of Korean vol.8’의 수록곡을 선보인다. 국내·외 음악인들의 협업으로 제작되었으며, 아리랑이 국경을 넘어 현대적으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이다. 위 공연들은 사회자의 해설과 함께 이루어지고, 안내책자도 배부될 예정이므로 공연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도 누구나 즐길 수 있다. 현재 (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누리집을 통해 예약이 가능하며, 야외공연의 경우 현장관람도 가능하다. 주최측에 따르면, 예약한 관객의 경우, 보다 좋은 좌석에서 관람이 가능하고, 소정의 기념품을 받게 된다. 무형문화유산은 시대의 삶이 노래, 춤, 관습, 의례 등으로 정제되고 압축된 결과물이다. 때문에 이들은 당시 사람들의 삶뿐만 아니라, 그들의 문화적 역량 또한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무더위가 지나고 다가오는 서늘한 바람과 맑은 하늘은 무뎌져있던 우리의 감성을 일깨우고 있다. 이러한 공연들을 통해, 지금 우리들에게 내재하는 시간을 초월한 공감대를 확인하고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문화유산이 주는 문화적 자긍심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많이본뉴스
많이 본 뉴스
- 1제36회 목포전국국악경연대회(06/23) (판소리.무용.기악)
- 2두 줄이 내는 다채로운 숨, 해금 연주자 강은일 교수를 만나다
- 310주년 맞는 ‘문화다양성 주간’ 경계에 꽃이 핀다
- 4공연예술로 하나가 되는 '더원아트코리아' 최재학 대표를 만나다
- 5전국 271팀 참가한 대구국악제, 영예의 대통령상에는 김선제 씨
- 6(34) <br> 노동은의 ‘잘못된 조건’ 둘, ‘교묘한 조작’
- 7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일노래, 삶의 노래' 오는 23일부터
- 8국립남도국악원, 깨끗한 바다를 위한 '토끼가 어떻게 생겼소?
- 9꽃신부 정주혜 양 시집가는 날
- 10이윤선의 남도문화 기행(146)<br> 이희문·송가인·이날치밴드 공연, 신명나는 민요 현장